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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남들이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고 칭송을 한다해도, 여기저기서 아무리 상을 많이 받았다 한들... 내게는 재미없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보통 서평 점수를 줄 때 후한 편인데 내게 혹독한 점수를 받은 작품은 대게,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집중할 수 없었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슬프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설"이라는 멘트가 무색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산만한 내용을 하나로 연결시키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리고 얻은 결론, 이 책의 주제는 무척이나 그럴듯하다. 고립된 한 마을에서 비롯된 전설과 여기저기 얽힌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사람들의 인생, 삶과 죽음, 할아버지를 떠난보낸 후 그리워하는 손녀의 애틋한 추억 등...
그런데 누가 내게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면... 위의 추상적인 주제 외에 줄거리는 설명 못하겠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전해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그만큼 산만한 소설이다. 혹자는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는 작가의 유려함이 돋보인다고 했지만 나로선 이 현실과 환상의 차이점을 찾지 못해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그냥 지나치면 되는지 알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다. 그냥... 그렇게 나를 지나치듯 읽고나면 보이는 주제는 너무나 큰 추상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기에 그 또한 당황스럽다.
종교와 인종간의 차이로 인해 벌어진 발칸반도의 전쟁이라는 이 배경은 소설 속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특정 시대, 특정 나라를 가리키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그것을 지목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것만큼은 매력적이라고 하겠다. 그 속에서 살아온 할아버지와 손녀와의 관계를, 손녀를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작가의 시도만큼은 좋았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붕~ 떠버린 집중력으로 인해 그 어느것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없었음에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