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동화 보물창고 39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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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좋아하는 내가, 더욱 특별히 생각하는 책이 바로 <<빨간 머리 앤>>이다. 어릴 적 매주 빼놓지 않고 보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 외에도 처음으로 10권 완간된 책을 친구들과 한 권씩 구매하여 돌려보던 추억, 엄마가 된 앤의 멋진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그런 엄마가 되겠다며 다짐하던 기억 등 <<빨간 머리 앤>>에 대한 추억은 정말 많다. 그래서 몇 번을 읽든 어떤 판본을 읽든 읽을 때마다 감동이고 가슴 설레는 것 같다.

 

아주 오랫만에 다시 손에 들게 된 <<빨간 머리 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와 다소 무뚝뚝한 커스버트 남매, 그리고 끝도없이 중얼대고 재잘되는 무한 상상력의 소유자 앤을 만나는 것은,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날 중 여름은 오늘 하루뿐인 것처럼

작은 새들이 지저귀었다."...17p

 

이 책의 매력은 마릴라 아주머니가 앤의 수다에 저절로 빠져들듯이 빠져드는 이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가 아닐까 싶다. 너무나 낭만적이다 못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앤처럼 아무리 무뚝뚞한 나라도 그런 아름다움을 한 번쯤 맛보고 싶게 만드는 문장들이 무척이나 기쁘다.

 

다소 어긋난 만남의 시작이었지만 다소 엉뚱한 매력이 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처럼 우리는 마릴라와 매튜가 되어 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여자들에게 두려움을 갖고있던 매튜가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처럼, 언제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마릴라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온화해지는 모습은,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며 사고만 치던 앤이 아름답고 사고력 있는 숙녀로 자라는 모습과 대비되어 마치 내가 이들을 오랫동안 보아온 양 흐뭇하고 감격스럽다.

 

"앤, 난 남자 아이 열 명보다 네가 좋다. 그 사실을 명심해라. 그러니까 그게, 에이버리 장학금을 탄 건 남자 아이가 아니었잖아. 안 그러니? 그건 여자 아이였어, 바로 우리 아이, 자랑스러운 우리 아이 말이다."...358p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강렬한지, 책을 읽는 내내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그 장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 예전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빨간머리 앤이지만(나는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이므로) 이젠 이 감동과 설레임을 내 아이와 함께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어릴 적 했던 다짐을(아이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말을 했어도 진지하게 들어주기)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무엇보다 아이 자체를 이정해주는 것이야말로 아이 스스로 자라게 할 수 있음을, 앤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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