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역시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달달달 외웠던 것 같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한두줄의 설명이 아닌 한 권의 책으로 만나면서 무척이나 놀라웠기 때문이죠. <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시리즈 4번째 권입니다. 그동안 세계적인 여러 인물을 통해 살펴보았던 실크로드를 이젠 통일신라의 혜초, 즉 우리나라의 인물을 통해 바라보게 된 거죠.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1/12/28/11/yhkles_6799425080.JPG)
책은 혜초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합니다. 통일신라의 한 소년이 왜, 어떻게 당나라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또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깨우침을 받고 또다른 모험을 찾아 떠나게 되었는지 말이죠. 아마도 혜초라는 스님은 호기심이 무척이나 많았던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넘어 탐구하고자 하는 정신과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그를, 바닷길을 통해 가장 먼 곳까지 이르렀다가 가장 험난하다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 고원을 넘어 돌아오게 한 거겠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밀교를 전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경전의 번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1/12/28/11/yhkles_8635820076.JPG)
정말로 엄청나게 먼 길입니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자동차로, 기차로...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지만 그렇게도 힘든 길을 그저 그의 두 발로 하나하나 확인하며 다녀왔으니 말이죠. 왕오천축국전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단지 자신의 종교를 설파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그 책에 담아놓았기 때문입니다.
"혜초는 대식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군사력보다 더 강한 대식국의 힘은 평등과 형재애를 강조하는 그들의 종교였습니다. 혜초는 대식국이 한동안 주변 세계를 호령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85p
혜초는 전혀 편파적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시대 흐름을 깨달으려고 했죠. 당시의 세계가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지를 알리려고 했던 것입니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1/12/28/11/yhkles_7796501121.JPG)
그런 <왕오천축국전>이 어두운 동굴 속에 묻혀 발견되지도 않고 혜초라는 스님에 대한 모든 기록이 사라졌다면... 어떨까요? 우연한 기회에 이 문서가 발견되고(비록 원본은 아닐지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 뛰어난 문서의 주인공이 통일신라 사람이 아니라 당나라 사람으로 알려졌던 사실 또한 놀랍습니다. 다행이도 1915년 한 일본인 학자에 의해 신라인으로 밝혀졌지만 말이에요. 많은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것을 우리가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의 손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