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말해줘
버네사 디펜보 지음, 이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많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별자리나 혈액형, 띠별 운세까지. 그 중 가장 낭만적이며 아름다운 것이 꽃말이 아닐까 싶다. 많은 이들에게도 이미 잘 알려진 물망초(나를 잊지 말아요)나 수선화(나르시즘) 말고도 다양한 신화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이 꽃말들은 무언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옛날 유럽 중세에서는 이 꽃말들로 연인들의 의사소통을 대신하기도 했다니 그야말로 낭만적인 언어가 아닐 수 없다. 섬세하게 골라 표현해야 하는 입장이나 준 사람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고심했을 수많은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렇다고 <<꽃으로 말해줘>>가 중세 시대의 소설은 아니다. 그저 그런 잡다한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다른, 의미있는 내용으로 다가오는 성장 소설이며 아름다운 현대 로맨스 소설이다. 여러 가정에 버림받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으나 자의든 타의든 그럴 수 없었던 한 소녀의 처절한 홀로서기이며 다시 사랑받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물론 다중적 의미를 지닌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하고 그러므로 책을 읽다가 뭉클 했다가 슬며시 웃음이 베어나왔다가 목구멍이 턱! 막힐 정도로 눈물이 차오르기도 한다.

 

"빅토리아, 난 너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네 행동은 하나의 선택일 뿐이야. 그게 너의 본디 모습은 아닐거야.>"...58p

 

너무나 사랑에 굶주려 이젠 누가 다가오는 것도 자신이 다가가는 것도 할 수 없는 열 살의 고아 소녀. 소녀의 감성은 더욱더 폭력적이 되고 반항적이며 식욕의 극대화로 나타난다. 그렇게 자신 주위에 울타리를 만들었던 빅토리아가 엘리자베스를 만나며 조금씩 변화해 간다.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조금 더 그녀의 옆에 있고 싶다. 하지만 완벽한 사랑을 주고자 했던 엘리자베스 또한 외로운 존재였고 아이는 그 사실에 절망하며 오해가 오해를 낳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

 

소설은 빅토리아의 만 열여덟의 현재의 삶과 엘리자베스를 만나던 열 살의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빅토리아가 어떻게 혼자만의 삶을 꾸려나가는지, 우연찮게 만나게 된 그랜트와의 관계와 그렇게 다시 과거와 조우하면서 바뀌어가는 심리 상태를 낭만적인 꽃말과 아름다운 꽃에 둘러싸여 펼쳐진다.

 

소설은 아름답다. 그저 꽃이 등장하고 그 꽃에 깃든 의미를 해석하는 빅토리아로 인해 행복해지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리고 그랜트와 주고받는 그 설레이는 꽃 선물들로 인해.

 

"지금껏 나는 오직 꽃말에 대해서만 정직했다. 꽃말을 두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내 삶에는 더는 아름다운 것도, 진실한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151p

 

꽃으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진심을 담은 빅토리아의 꽃말이 다른 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었듯, 그렇게 그녀에게도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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