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너의 존재감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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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연히 그룹 심리 치료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모두 주부들이었고 특별히 무슨 사정이 있어 모인 자리도 아니었다. 다들 밝은 얼굴이었고 웃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첫 시간, 자기 소개 때 우리는 모두 울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몇몇 이들이 있다는 사실과 나 말고도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거의 비슷한 삶을 살아오고 있는)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 저 가슴 속 깊이 숨겨두었던 무언가를 들킨 것 같아 갑자기 울컥 해졌나보다. 다들 우리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뭔가 좀 시원해진 것 같다고... 그 시간이 끝난 후 말했었다.

 

<<열여덟, 너의 존재감>>은 청소년 도서이다. 하지만 그 내면은 누구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직 덜 자란 어른들의 이야기일 수도, 차곡차곡 쌓아온 마음에 다른 무언가가 얹어져 너무나 답답함을 느끼는 청소년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느 날 나타난 참 쿨한 선생님 쿨샘. 그저 그렇고 그런 매일을 견디며 답답해도 짜증나도 그저 욕으로밖에 풀 수 없는 아이들 앞에 쿨샘이 나타났다. 쿨샘은 그 별명 그대로 참 쿨하다.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유"를 주어 쿨한 쿨샘은 그냥 그렇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하나하나 감성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마치 저 깊은 아이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툭! 말 한 마디로. 그리고 그것을 치유해주려고 하는 것처럼 "마음 일기"라는 것으로.

 

"그런 때가 있다. 화가 화를 불러일으키는 때, 화를 내다 보니 불이 번지듯 더 화가 날 때, 내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화가 나를 삼킬 때. 온 몸 구석구석에 골고루 박혀 있던 화들이 "나도, 나도!" 소리치면서 앞다퉈서 튀어날올 때. 그럴 때는 아주 사소한 불꽃 하나가 핵폭탄처럼 거대한 폭발로 이어진다."...52p

 

사춘기라는 때는 그냥 아무런 일이 없어도 화가 나고 짜증도 난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정말 답답하다. 아이들은 배를 곯는지 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싸우는 엄마 아빠나 남편에 대한 집착으로 딸에게는 전혀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엄마처럼 집이라는 곳 자체가 싫어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존재감이 없어 스스로의 자존감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이나. 그런 아이들에게 쿨샘이 다가간다. 스스로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라고. 내 마음을 잘 알아주라고.

 

"존재감이라는 게 생기고 나니 이게 별건가 싶다. 아무도 안 알아주면 어때서. 아무도 안 알아주면 까짓것 나라도 알아주면 되지."...205p

 

쿨샘처럼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관심 가져주는 어른이 아이들 곁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이들은 그렇게 폭발할 정도로 답답하고 짜증나고 화가 나지 않았을 거다. <<열여덟, 너의 존재감>>은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라는 어른들에 대한 질타이면서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아이들의 좋은 지침서가 아닐까! 함께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고나면 왠지 뿌듯해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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