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바이올린
헤수스 발라스 지음, 베아 토르모 그림, 유혜경 옮김 / 아롬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한밤의 바이올린>>을 읽고나니, 어린 시절의 제가 생각납니다.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져들곤 하던 그 느낌이 좋아서... 엄마한테 잔소리 듣고 짜증날 때, 아빠한테 혼나서 우울할 때, 동생과 한판 싸우고나서 화를 참지 못할 때 그런 모든 감정들을 피아노로 녹여내곤 했습니다. 그렇게 내 감정들을 쏟아부을 수 있는 악기가 있고 그런 식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내가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때문에 나는 커서 당연히 피아니스트가 될 줄 알았죠.ㅋ 어쨌든 악기를 연주하고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건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안드레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스페인으로 왔어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모님이 결정한 거죠. 그런데 워낙 가난했던 이 가족은 정식 절차를 밟아 제대로 된 이주를 아지 않았어요. 우선 안드레이와 아빠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가족이 함께 옮겨오기로 했죠. 그러니까... 안드레이는 불법체류자인 거에요.

 

낯선 곳, 말도 통하지 않고 자신의 신분 때문에 숨어 살아야만 하는 아이. 아빠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점점 더 우울해지고 하루 한 끼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생활이 이어지는 하루하루 속에서 안드레이에게 위안이 되는 건 그의 재능이 반짝이는 "바이올린" 뿐입니다. 들킬까봐 제대로 연주하지도 못하지만 그저 바라보고 친구처럼 이야기 나누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죠.

 

여러분은 그런 무언가가 있나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것만 있으면 난 괜찮아! 할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에요. 안드레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몰라요. 그 도시에 찾아온 꼬마 모차르트 에크하르트에 대한 관심도 바로 그런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죠.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벌써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하는 아이가, 안드레이는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그런데 그것은 질투가 아닌 순수한 열망이에요. 함께 음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픈, 음악 자체를 연주하고픈, 그런 마음이죠.

 

"모든 것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안드레이는 자기 자신을 무작정 믿고 있었다."...74p

 

먹을 것이 없어 아빠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팔아버리고, 가족을 데리러 간 동안 혼자 남겨진 데다가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조차 쫓겨난 안드레이. 모든 상황이 안드레이에게 좋지 않게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안드레이는 꿋꿋하게 버텨내요. 왜냐하면 그에게는 "바이올린"이 있으니까요. 자신의 재능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믿고 있는 안드레이는 결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이토록 순수하고 재능 있고 의지가 강하고 노력하는 아이가 불행해진다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인생을 살며 힘든 고비가 여러 번 찾아오죠. 그럴 때 내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정말로 큰 위안이 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소중히 갈고 닦는 것 잊지 마세요. 안드레이처럼 언젠가 빛을 보게 될 날이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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