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테마명작관 1
기 드 모파상 외 지음, 권일영 외 옮김 / 에디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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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일단 "고전"의 이름을 단 유명 소설가들의 작품을 무턱대고 좋아하는 경향이, 내겐 있다. 아마도 그들의 글 아래 흐르는 우아함과 섬세함이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닐까. 단편들도 그렇다. 어떤 특화된 주제를 가지고 '꼭 그래야만 한다'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 속 은근히 풍기는 강렬함과 감추지 않고 드러내놓음을 좋아한다. 그러니 고전 작품들 중 한 가지 주제로 엮어 만든 <테마 명작관> 시리즈를 보았을 때 얼마나 가슴 떨리던지! 다양한 작가들이 한 주제로 얼마나 다양하게 풀어놓았을까. 각자의 개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까 하면서 말이다.

 

그 첫번째 주제는 "사랑"이다. 어떤 형태로든 사랑은 분명 우리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은 인생의 한줄기 빛이자 청춘을 의미한다. 소설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빠지지 않는 주제인 "사랑". 이 주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고전 작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테마명작관 1 <<사랑>> 편에는 모파상, 체호프, 헨리 제임스와 투르게네프, 테니슨과 에미 스이인 등 여섯 명의 여섯 작품이 실려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고 일본까지 그 문화도 참 다양하다. 이들이 말하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인생을 살며 평생동안 기억할 사랑이 과연 몇 번이나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픈 사랑을 경험했다면 적어도 세 번은 그런 사랑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테고, 지금 가장 찬란한 사랑을 하고 있다면 단 한 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모파상과 에미 스이인은, 평생에 단 한 번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의자 고치는 여자>에서 모파상은 이 의자 고치는 여자를 통해 그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이 어떻게 생각되든 그를 보기 위해 평생을 힘들게 일했을 그 여자의 한결같은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거의 집착으로까지 비치기도 하는 이 여인의 사랑은 보답을 받기 위한 사랑이 아니다. 그저 한 번이라도 더 보기만을 위해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온당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평생동안 너무나 열심히 일해 왔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 숭고함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비열한 것은 그 사랑을 받았던 슈케이다. 가난뱅이로부터 사랑받았다고 기분 나빠하다가 그녀가 남긴 유산을 보자 태도가 바뀌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비열하기 그지없다. <숯쟁이의 연기> 속 신지는 어떤가. 뛰어난 풍경 묘사와 함께 한 줄기 피어오르는 연기를 통해 더 큰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체호프와 헨리 제임스, 투루게네프는 사랑의 타이밍에 대해 말한다. 사랑이 너무 일찍 찾아오거나 너무 늦게 찾아왔을 때, 혹은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을 때... 어떤 비극이 따라오게 되는지에 대하여. 그렇게 잘못 찾아온 사랑은 때론 불륜이 되기도 하고 아주 참혹한 결과를 낳기도 하며 또다른 실연의 아픔을 낳기도 한다. 데니슨의 <이녹 아든>은 아주 특이한 작품이다. 서정시로 이루어진 이 단편은 짧은 글로도 얼마나 상황을 잘 묘사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전형적인 삼각관계를 이룬 세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슴아프게 그리고 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작품들답게 문체가 무척 아름답다. 전혀 다른 문화들의 작품들이지만 역시나 사랑은 삶의 영원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시리즈의 2권, 3권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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