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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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에 얼마나 엉망으로 공부했는지, 동화책 표지의 "동학 농민 운동"이라는 글자를 보고도 긴장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언제, 어떻게 일어난 사건인지는 모르겠다. 정말 한심하다. 역사를 한 번도 이야기로 생각해 본 적 없던 나의 학창시절. 그러니 언제나 어렵고 지루하고 아무리 외우려고 해도 외워지지 않던 과목이었다. 어른이 되어 이야기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역사 동화를 몇 권 접하고서야 역사는 외워서 되는 학문이 아님을 이해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 또 한 번 실감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근대로 접어들려는 조선의 격동 속에 보부상의 아들로서 살아가던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명 "동학 농민 운동"이 한창이던 그때,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그 시기의 이야기지만 정작 동학 농민 운동이 주인공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아이의 여정을 따라 동학 농민 운동이 일어나게 된 계기와 당시의 서민들의 삶, 어떻게 사건이 일어나는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얼마나 끔찍하게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가 절절히 그려진다.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전라도로 향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봇짐 속에는 도성의 한 노스님으로부터 받은 서찰이 들어있다. 아버지는 그 서찰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어선 안되고 때문에 아이에게도 행선지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 서찰에는 무엇이 담겨있는 걸까?

 

"아주 중요한 서찰이다.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30p

 

하지만 아버지는 목적지의 반도 가지 못하고 어느 날 돌아가셨다. 세상 천지에 홀로 남은 아이... 그 아이는 아버지가 하려고 했던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만 어디의 누구에게 그 서찰을 전해주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때부터 아이의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된다.

 

"아이야, 행복하다는 말..... 난 칠십 평생을 살면서 그 말이 양반의 것인 줄 알았다. 네가 그 말을 쓰는 걸 보니 동학 농민군의 말처럼 좋은 세상이 오려나 보다."...115p

 

처음엔 과연 어린 아이 혼자 그 서찰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그 서찰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홀로 여행하며 세상을 배우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봉주르, 뚜르>>에서 아이들의 우정을 통해 남북 관계를 수려하게 그려냈던 한윤섭 작가는 이번 <<서찰을 전하는 아이>>에서도 아이의 호기심과 강인함, 영민함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아주 잘 반영하고 있다. 어째서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끌여들여 우리나라 사람들을 죽이는건지, 그렇게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보며 울분을 삼키던 일, 계급이 나뉘어진 속에서도 우정이 존재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한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통해 함께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었다.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는 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문이 아닌 언제든 그 속에 내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제 절대로 동학 농민 운동이 어떤 사건인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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