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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49
유하순.강미.신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동생이 언니에게 당부를 했다. 사춘기인 언니가 너무 부모님 말을 안들어서 속상하다고. 옆에서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 자기는 사춘기 같은 거 되지 않을 거란다. 과연 그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가 와도 언니처럼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중학생들은 전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외계인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그들끼리의 문화가 너무 강해서 스스로 정화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미 그 시절을 지나 부모의 입장에 서게 된 나는 그들의 문화에 낄 수도 없고 잘 이해가 되지도 않지만 잘 생각해보면 분명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좀 더 많이 그들을 이해해 주고 싶다. 그래서일까. 나는 청소년 문학이 좋다. 분명 우리 때와는 조금 다른 그들의 모습을, 이렇게라도 만나고 조금씩 이해하고 때로는 내 어린 시절을 되돌이켜보며 공감한다. 그렇게 조금씩 그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청소년 문학이 그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어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불량한 주스 가게>>는 제목부터가 참 불량하다. 표지 속의 아이는 또 어찌나 카리스마 있는지. 그런데 정말 불량해 보이는 그 아이가 소설 속에선 그다지 불량하지 않다. 아니 조금 불량해지려다 말았다. 조금은 무심한 듯한 모자의 대화가 어느새 따뜻해지는 감동으로 바뀐다.
"내가 오늘 새벽에 청과물 시장에 갔었고, 거기서 심장으로 따뜻한 피가 스며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상후는 어떤 얼굴을 할까."...26p
사람이 누군가에게 혹은 어떤 풍경에 어쩌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생각이 바뀌고 인생관이 바뀌게 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계기 때문이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불량해질 수밖에 없는 그 시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더욱 불량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책 속 네 편의 단편들은 그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특별히 더 불량하지도 더 모범적이지도 않다. 그냥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바뀌듯이 우리가 아이들을 불량하게 바라본다면 아이들은 더욱 더 삐뚤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