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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ㅣ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나의 철부지 아빠>>는 제 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이다. 매년 좋은 작가들을 배출하기 위해 열리는 푸른문학상 중에서도 중단편 분야는 더욱 반짝이는 것 같다. 여덟 명의 작가가 쓴 9편의 이야기는 서로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딱~ 그 마음 속을 들여다보듯 심리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이번 동화집의 유사성이라고 하겠다. 그런가하면 각자 다른 곳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듯 서로 다른 주제를 지닌 개성이 돋보인다.
조금은 철없는 아빠들이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고있는 이들 때문에 마음을 졸이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승이와 경태(<환승입니다>와 <나의 철부지 아빠>), 주변의 시선과 괴로움 때문에 용기가 필요했던 동우와 지웅이(<내 얼룩이>와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의 이야기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라 섬세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때문인지 읽으면서 환승이에게 혹은 경태나 동우, 지웅이에게 온전히 동화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주인공들이지만 그렇게 짧은 단편 속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작가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그 자신이 되어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 기대에서 조금 벗어났기로서니 이렇게 마음이 이상하게 굴러갈 줄이야."...149p
<오늘은>의 다정이는 새로 생긴 동생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과 엄마와 다정하게 있는 동생을 보니 막상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런 마음을 스스로 알아채고 반성하는 다정이의 모습이 아닐까.
한 편 한 편 모두 감동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는 <너, 그 얘기 들었니?>였다. 조금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대다수였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한 학급 안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아주 깔끔하게 풀어냈다. 단지 "소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럼 난 뭐지? 난 왜 하은이 얘기를 하고 다닌 거야? 하은이가 누구를 좋아하든 말든, 사귀든 말든 아무 상관없었는데. 하은이를 싫어한 적도 없는데. 난 어째서.......'...94p
그저 호기심에서, 재미로 ... 등등의 이유를 가지고 그저 들은 얘기를 조금 더 보태서 다른 이에게 전달한 결과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어찌나 재미있게 표현했던지! 어른들처럼 너무 심각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게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아이들은 아홉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내 주변에서, 그리고 바로 나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것이다. 어떤 이야기에선 용기를, 어떤 이야기에선 반성을 하게 되겠지. 책이란 그렇게 내 이야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가장 좋다. 좋은 작품, 좋은 작가들을 만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