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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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염원인가보다. 사후의 세계를 알 수 없으니 조금 더 이 세상에 남아있고 싶은걸까? 지금의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해도 말이다. 때문인지 동서양을 불문하고 "불로불사"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염마 이야기>>는 늙지도, 죽지도 못하는 한 문신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바로 호쇼 염마다. 우연한 계기에 거의 죽음이 목전 앞에 이르러 신귀 새김을 할 수 있는 바이코에게 불로불사의 삶을 받게 된 염마. 그렇다고 영원히 죽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염마는 그런 죽음보다는 괴롭더라도 일단은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영원히 살 것인가, 아니면 당장 죽을 것인가."...49p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려운 것이기에 영원한 삶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채 다 자라지도 못한 스무 살의 아마네는 스승 바이코의 삶을 이어받아 신귀 새김이 가능한 문신사로서의 영원한 삶을 시작한다. 내가 알던 사람들의 모습이 변하는데도 나만은 언제나 그대로라면 그 기분이 과연 어떨까!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나이를 지나쳐 조금씩 늙어가고 이제 삶을 넘어 죽음에 이르렀다면... 그 사람 역시 내 옆에 붙잡아두고 싶지는 않을까.

 

염마는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비로소 삶과 죽음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다. 스스로 불로불사의 삶을 선택한 야차와 일평생 염마 옆에서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을 한 나쓰, 친구처럼 염마를 돌보아 준 노부마사까지.... 다양한 생각을 가진 등장인물들과 세월이 흐름에 따라 벌어지는 사건들로 책은 강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인간이 신귀보다 더 무서워."...512p

 

막부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를 거쳐 세계 2차 대전까지 염마는 역사와 함께 했다. 그리고 정작 무서운 건, 사람들의 의지를 따라 귀신처럼 들러붙는 신귀보다 많은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한번에 앗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더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염마 이야기>>가 다른 불로불사 이야기들보다 더 잘 공감되는 이유는, 서양의 이야기들이 어떤 원인도 없이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들이라면 <<염마 이야기>>는 우리 정서 속에 흐르는 동양적인 미신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왠지 그 시절 그 옛날이라면 그런 것들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것. 때문에 염마라는 주인공이 그다지 당당하지 않아도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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