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은 아주 좋다가, 마음에 들지 않다가 ...한다. 때로는 강하게 공감이 가는 글이 가득하다가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러니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그 좋았던 기억이 한켠에 계속 남아있으므로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역시 손에 들고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엔, 좋았다. 일상이라는 평범함이 가득하지만 왠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그 섬세함이 그랬다.

 

가족이라는 건,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매우 다른 가정이 있는 듯하지만 그들만의 추억을 제외하면 다들 그냥 그렇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 때론 그런 사실들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한다. 나만 특별히 더 힘들거나 더 외롭거나 더 쓸쓸하지 않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에 반해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이 그래도 즐거웠고, 추억할 수 있음에.

 

<<소란한 보통날>>은 바로 그런 일상을 사는 미야자카 가(家)의 이야기다. 무뚝뚝한 아빠에 다소 감정적인 엄마에, 개성이 뚜렷한 사남매가 함께 살아온 "집"의 이야기. 소설은 특별한 클래이맥스 하나 없이 그런 일상을 담고 있다. 그래도 쉬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마도 그런 평범한 한 가정 속의 이들만의 특별함이 시선을 끄나보다. 어떤 뜬금없는 사건이 벌어져도 다들 호들갑스럽게 놀라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다소 놀라고 인정해주며 그들의 결정을 기다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다. 그것만으로도 이들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될지.....

 

"아니 고작 그런 걸 가지고."...152p

 

이들은 함께 딸 혹은 언니, 혹은 동생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 정말 좋은 관계다. 가족이라는 건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도 많다. 그러니 살짝 이들의 관계가 부럽기도 하다. 남들이 볼 때 다소 황당하고 이상한 이들만의 관습은 이들에게는 좋은 추억거리이며 이야깃거리가 된다. 가족이란, 그렇게 일상을 쌓으며 만드는 관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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