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집을 아시나요? - 화가들의 삶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프랑스 미술 여행, 개정판
최내경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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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재충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며 무언가 새로운 기회를 얻어 돌아올 수 있는 기쁨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 때에도, 날씨가 아주 좋을 때에도, 무언가를 기념하고 싶거나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에도 우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쫓겨 생각만 굴뚝같이 하고 그저 마음을 접으며 더욱 안타까워할 수밖에... 그럴 때엔 여행 책을 읽으면 어떨까. 내가 직접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곳의 정취, 역사, 고즈넉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고흐의 집을 아시나요?>>는 프랑스를 여러 번 방문하며 특별한 주제로 이곳저곳을 둘러본 저자가 그곳의 경치나 분위기 뿐만아니라 그곳에서의 느낌, 그 속의 이야기까지 들려주는 책이다.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그 주제는 "미술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 가득한 파리보다는 화가가 직접 살며 아틀리에를 꾸미고 그림을 그렸던 곳을 찾아다녔다. 때문에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 속 풍경이 저자의 눈앞에 가득 펼쳐져 있었을 것이다. 그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을까...

 

"내 삶이 무척 절망적인 시기가 있었다.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기에 그냥 시간 때우기 정도로 생각하고 도서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미술관으로 갔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이전에도 봐왔던 그림 속의 여인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146p

 

그림을 감상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고 생각해왔다. 아무리 유명하다는 그림을 눈앞에 놓고 보아도 그리 큰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아~ 책에서 봤던 그 그림이구나..' 하는 느낌 정도. 내가 그렇게 느꼈던 건 그림 속에서 남들이 말하는 평가를 찾고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아이는 달랐다.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보던 아이는 이 그림은 이래서 좋고, 저 그림은 저래서 싫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그때 깨달았다. 그림은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내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냥 "그림 속의 그림"을 감상하기보다는 직접 그 그림이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거나 화가가 그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 등의 이야기를 알고 다시 한 번 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그림과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남프랑스는 지중해의 쪽빛 해변으로 나의 시각을, 그곳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니스와 망통의 마르디 그라 축제로 나의 청각을, 그라스의 은은한 향으로 나의 후각을 사로잡았다. "...192p

 

책 속의 미술관들과 화가들이 머물렀던 지역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직도 그렇게 잘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교육적 효과를 위해 미성년자는 대부분 관람 무료라는 프랑스의 정책도, 재단에서 발벗고 나서 화가의 작품을 열심히 모으고 관리한다는 점에서도, 많은 세계인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화가들이 머물렀던 곳을 보러 프랑스를 찾는다는 점에서도 마냥 부럽다. 나는 언제쯤 이런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왕 대리만족 할 여행이라면 좀 더 화가의 작품과 풍경 사진이 많이, 좀 더 크게 자리잡았으면 좋았겠다는 거다. 글 속 그림을 일일이 알아챌만큼 나의 교양 수준이 높지는 않으니, 좀 더 공부해야겠다.

 

 

* 이 서평은 서평단으로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하지만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을 담아 썼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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