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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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사춘기에는 그저 모든 일들이 심드렁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일들에 마구 흥분되기도 한다. 그냥,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렇다. 아무런 걱정이나 고민이 없어도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렇게도 느껴지고 아니기도 하다. 그러니 그들의 기분을 알아주고 이해해 줄 이는, 그저 그들의 친구 뿐이다.

 

사방에서 옥죄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 때면... 내가 갈 곳이 있었나. 아니, 그냥 방 안에 틀어박혀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매달릴 만한 곳을,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저 답답하기만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있는 것 뿐. <<그냥, 컬링>>을 읽고있자니 그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아마 모두가 그럴 것이다. 나와 100% 일치하는 이 없더라도 그저 "청춘"이 떠오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어른들은 한때의 자신을 떠올릴 것이고 아이들은 지금의 자신과 동일시 시키며 무척이나 공감할 것이다.

 

"딱 죽어버리고 싶은 얼굴"을 하고 다니는 을하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다니게 된 원인인 산적과 며루치를 만나면서 정말로 "그냥" 컬링이라는 경기를 하게 된다. 이유는 하나. 청소하는 모습이 컬링을 잘 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은 하나도 없고 하기 싫은 것만 잔뜩 시키는 학교를 하루하루 버텨가며 다니던 을하에게 산적과 며루치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함께" 하게 된 친구들이다. 아니, 처음엔 친구이길 거부했으나 어쩌다보니 어느새 이들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컬링도 마찬가지다. 폼 하나 나지않는 이런 어설픈 경기가 어느새 둥그런 것만 보아도 꼭 그 안에 넣어보고 싶게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어쩌면 을하에겐 자신의 청춘을 바칠만한 것들을 찾아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컬링이라는...

 

"이제 다음 날 해가 다시 뜬다는 것쯤은 알게 되었지만 이런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 역시 알고 있다. 어쩐지 돌아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 "...199p

 

소설은 고등학생의 아이들이 견뎌내기 힘들 만큼의 여러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을하로선 한발짝 물러서 있지만 자식에게 올인하는 엄마들의 모습이라든가, 돈 벌어오겠다고 가출한 엄마, 부모님의 빽을 믿고 범죄에 가까운 짓을 하는 아이들에게 누명을 쓰는 등 그저 청춘 이야기를 다룬 듯한 이 소설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마냥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소설의 문체가 아닐까 싶다. 마치 요즘 아이들이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의 문체는 적당한 유머와 장난을 섞어 무거움을 다소 가볍게 만든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주제의 무거움 때문이라기보다 그 무거움을 진지함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태도에 있을 것이다.

 

강하기 때문에 밟힐 수밖에 없는 산적이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진중함과 바람직함의 무게를 잡고 소설을 이끈다. 그를 중심으로 며루치도 으랏차도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친구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무엇이든 함께 하고픈 존재.

 

"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2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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