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땐 매운 떡볶이 일공일삼 73
강정연 지음, 김미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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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이 있다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와 마음이 딱! 맞는 친구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성격이 비슷한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의 단점까지도 감싸주고 어느 정도 떼를 부려도 이해해주고 나 또한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진짜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평생 그런 친구 단 하나만 있어도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아이 때에는 그런 친구의 존재가 정말 소중하다. 가끔 아무한테나 할 수 없는 부모 흉도 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답답한 마음도 토로해야 할 테니. 특히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섬세한 여자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슬플 땐 매운 떡볶이>>는 두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몸은 많이 자랐고 어른이 될 준비가 거의 되어있지만 아직은 "어린이"로 불리며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허락되지는 않는, 13살 6학년 솔희와 산하의 이야기. 엄마들끼리 친구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친해졌던 둘은 아래 위층에 살며 거의  하루종일 붙어지낸다. 이제 산하의 엄마는 안계시지만 그 공백을 솔희와 솔희 엄마가 메꿔주고 있다.

 

  

 



둘의 관계가 참 부러웠다. 공간적으로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언제 어느때라도 함께하고 싶으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함으로서 혼자 있고 싶을 때엔 혼자 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점. 때론 함께 있고 싶지만 겉으로 혼자 있고 싶다고 얘기해도 그 깊은 속을 이해하고 옆에 있어줄줄도 아는 점. 솔희와 산하는 그 어떤 어른들의 관계보다 강하게 맺어져 있다. 아마도 이렇게 완벽한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솔희와 산하가 서로의 단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 점을 감싸줄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하기 때문에.

 

긴 머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어도 내가 자르고 싶기 때문에 긴 머리를 자르거나 약한 다리를 가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말에 당당히 사과를 받아낼 줄도 안다. 자신들을 괴롭히는 남자 아이에겐 때론 힘으로, 때론 똑부러진 말솜씨로 제압하기도 한다. 어쩜~ 이렇게 멋진 아이들이 있을까! 그럼에도 세상엔 원하는대로의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이별 앞에서 그녀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솔희와 나는 물을 한 컵씩 벌컥벌컥 마셨다. 그러고는 떡볶이 한 개를 또 입에 넣었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 같고, 목구멍으로 뜨거운 불덩이를 삼키는 것 같고, 또 콧물, 눈물이 줄줄줄.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솔희가 이사를 가는 것, 연두가 어찌 되는 것이 무슨 상관이랴, 지금 이렇게 매워 죽겠는데!"...126p

 

아! 이렇게 멋진 방법이~! 역시 이 아이들 정말 멋지다. 슬픔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계획으로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이 아이들의 우정은 영원할 것이다.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아주 행복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미래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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