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의미심장함이 소설이 시작되고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머리 속에 남아있다. 프롤로그의 강렬함도 잊을 수 없고 아마도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은 이라의 첫장면도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소설의 첫장부터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되기까지 펑펑 터지는 이 강렬함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사건은 계속된다.

 

아마도 이 강렬함은 조금의 문제점은 있지만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기존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렸고 이제 더이상 삶을 지탱할 힘이 남아있지 않아 마지막을 정리하려던 "이라"라는 캐릭터에 있지 않나 싶다. 술 없이 어느 정도의 시간도 버틸 수  없게 되어버린 알코올 중독자. 아무리 그녀의 캐리어가 뛰어나다 해도 사건에 투입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최고라는 이유로, 혹은 인질범이 그녀를 원한다는 이유로 그녀는 사건의 한복판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이미 생을 포기해버린 사람으로서 될대로되라..하는 심정을 버릴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긴다.

 

인질범은 어떨까. 프롤로그의 알 수 없는 사건이 의미심장하게 복선된 가운데 그는 라디오 스튜디오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7명의 인질들을 잡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건... 그의 약혼녀 레오니를 자신의 앞에 데려오라는 것. 하지만 그녀는 분명 죽었다. 그는 왜 그녀가 살아있다고 믿는 걸까? 그녀가 남긴 '그들이 하는 말을 절대로 믿으면 안 돼요.'라는 마지막 말 한마디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정말 중요한 게 두 가지가 있어. 키티. 하나는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을 내리는 거지."...351p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는 뛰어난 심리 스릴러다. 일어난 사건이 강력하지만 사건 자체와 반전 등은 부수적인 요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독일 최고의 범죄심리학자 이라 자민과 인질범이자 정신과의사이기도 한 얀 마이의 대화에 있다. 범인은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라 자민의 아픈 곳을 파헤친다. 그녀의 아킬레스 건인 자살한 첫째 딸 사라의 이야기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 아무리 가족이고 그를, 혹은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비밀이 유지된 상태가 오히려 더 그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해주기가 쉽다. 사랑은 때론 "구속"이 되기도 하지만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소설 속 인물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오고가며 독자들의 집중도를 더욱 높인다. 온전한 선과 악은 없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할 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술과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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