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요정
김한민 글.그림 / 세미콜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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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좋아하는 공간이 있는지. 그곳에 가면 있던 시름 모두 벗어던져놓고 아무런 생각 없이 편안히 있을 수 있는 곳. 아마 누구든 한 군데 쯤은 그런 공간이 있을 거다. 내 경우엔 컴퓨터방, 안방 침대, 마루 소파 정도인 듯. 바깥이 아니고 온통 집 내부라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내가 이렇게 집만 사랑하는 사람이었나?ㅋㅋ

 

옛날 사람들은 집을 비롯해서 모든 사물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런 것처럼 모든 공간 공간마다 요정이 있다면 어떨까. 비록 그 요정을 볼 수는 없지만 그런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대한 애정은 더욱 빛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런 공간의 요정을 볼 수 있다면 더없이 특별해질 것 같다.

 

<<공간의 요정>>이란 책은 참 특별하다. 마치 아이들 책처럼 삽화도 들어있다. 하지만 내용이 주는 무게는 상당하다. 요정이 등장하는데다 귀여운 캐릭터의 주인공 그림이 있다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 책은 그저 요정에 대한 책이 아닌, "공간의 사라짐"에 대한 애도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요정을 연구하는 아버지와 우고라는 청년은 요정을 알아보고 점점 사라져 그 존재가 미미해지는 요정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송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그들과 함께 했기에 남들이 뭐라건 그런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자꾸 공간의 요정들이 사라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안타까운 죽음은 제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었어요. 뭐가 잘못됐던 걸까? 살릴 순 없었을까? 세상 원망도 해 봤어요. 왜 꼭 도시 성형을 해야만 할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누군가의 집터를 이렇게 파괴하는 걸까?"...145p

 



 

좋아해서 자주 찾던 장소가 계발이니, 환경미화니 하는 목적으로 자꾸만 바뀌는 모습에 안타까웠던 경험이 다들 있을 거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그저 옛것이고 오래됐다고 바꾸려는 사람들. 그건 도대체 누구의 의견인 건지........ 아마도 작가는 그 안타까움을 이 책에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만약 그 공간에 생명이 있다면 어떡할 거냐고. 단순히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무생물이 아닌, 그들만의 생명을 가진 무언가가 그곳에 설 곳을 잃으면 그걸 어찌 책임질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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