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닌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들은 그들만의 그 독특함 때문에 종종 영화를 통해 접했다. 그들의 역사도 참 파란만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무라이라면 어떨까. 게다가 자신의 쇼군을 지켜야 하는 무사 정신으로 가득한 사무라이건만 그 시대가 태평성대하며 그저 놀고 먹는 일밖에 할 것이 없다면? 생각은 고리타분하고 행동의 제약이 무지막지하게 따르지만 일하는 즐거움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그런 사무라이가 갑자기 현대로 왔다.

 

촌마게란 사무라이들이 하는 머리 모양을 뜻한다고 한다. 허리에 칼을 차고 먼 길을 가던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가 어떤 우물 같은 웅덩이를 밟고 현대로 왔다. 갑자기 변한 환경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는 모자가정인 히로코와 도모야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의지할 곳 없이 뚝 떨어진 이곳에서 야스베가 믿을 것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이 모자.

 

소설은 이 뻔할 것 같은 이야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 고민 등을 담아냈다. 일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지만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괴로움 속에서 이혼을 택한 히로코이건만 어린 아들과 둘이서 살아가기가 여간 힘들지가 않다. 그럴 때 나타난 야스베. 사무라이 정신으로 청소도, 빨래도, 요리도 척척 맡아 하면서 히로코는 일에 전념할 수 있고 그렇게되자 야스베에게 의지하며 일상의 평화로움에 젖어든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까?

 

현대에 와서야 일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야스베의 이야기나 가사와 육아, 자신의 캐리어에 모두 열중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편한대로 살아온 히로코의 이야기나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야스베가 있든 없든 사는 동안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히로코가 늘 자신에게 일깨우는 최면은 '서둘지 말자, 초조해하지 말자.' 다. 다행이 지금 상태대로라면 앞으로도 잘되어 갈 것 같다."...267p

 

어쩌면 뻔한 결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읽는내내 유쾌한 소설이었다. 2010년 영화로도 개봉되었다니 영화와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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