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역사 드라마를 보는 아이들이 많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를, 다소 과장되어있고 허구도 섞여있지만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최근 방송되는 역사 사극 "공주의 남자"는 다소 남성적이기만 했던 역사 드라마 속에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이야기는 <금계필담>에 전해져 내려온다지만 아마도 그당시의 가슴 아픈 상황 속에서 세조의 악행을 비판하는 세희를 통해 민심을 표현하려 했던 것인지도. <<세희 공주의 남자친구>>는 <금계필담> 속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수양대군의 딸 세희와 김종서 장군의 손자의 사랑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김종서 장군의 아들 차동을 빌려와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 뿐만아니라 이들의 가슴 아픈 사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된 그당시의 역사 속 사건을 알아보는 것일 것이다. 세종이 죽고 몸이 약한 문종이 즉위하자 조금씩 나라는 흔들리고 있다. 문종은 어린 아들이 무사히 왕위에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 실제로 문종의 이른 죽음은 어린 열두 살의 단종에겐 힘든 시련을 주었다. 대리청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린 임금은 신하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게 김종서 장군이 실세로 떠오르게 되고, 문종의 형제였던 수양대군은 왕위를 조카에게 빼앗긴 것만 같다. 사람의 야망이란 끝이 없는 듯.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만남으로 결국 계유정난이 일어난다. 이어 사육신 사건과 단종을 다시 일으키려는 여러 신하들의 죽음이 잇따르니 그야말로 그 시대는 피바다였을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실세를 떨치며 결국 왕의 자리에 오른 수양대군 즉 세조에게 막내딸 세희만큼은 바른말을 하며 결국 궁을 떠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아바마마, 소녀를 죽이시렵니까?" "주...죽이다니? 내가 어찌 널 죽이겠느냐?" "아바마마는 아바마마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은 모두 죽이셨잖습니까?"...170p 왕이 되겠다는 일념 하에 많은 죽음을 부른 세조조차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로 피부병에 시달렸다고 하니 사람은 죄짓고는 살기 힘든가보다. 세조는 조선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힘쓴 임금인 것에는 틀림없지만 어린 조카와 동생들을 죽이고 숨낳은 충신들을 죽인 책임까지 피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좋은 토론 거리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