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귀여운 표지가 주는 이미지와 뒷표지의 문구만 읽어도 왠지 기분이 좋다. 왠지 신기한 일이 마구 일어날 것 같은 느낌. 게다가 주인공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인 아오야마이다. 하지만 이 소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상대성이론과 우주 천체의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아주 똑똑한 메모광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아오야마가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겪은 일, 생각하고 있는 일, 메모에 적은 일들까지. 아오야마는 그저 생각나고 경험한 모든 일을 적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메모를 통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세우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린다. 천재의 엉뚱함은 언제나 용서되기 때문인지 이 순진하면서도 당돌한 아오야마의 세상은 자꾸만 웃음이 나게 만든다.

 

아주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아오야마는 아침 일찍부터 자신의 연구를 위해 생각하고 메모를 한다. 마을을 탐험하는 일, 우주에 관한 무한한 지식을 탐구하는 일, 그리고 치과 누나에 대하여. 그러던 어느날 이 마을에 펭귄 한무리가 나타난다. 느닷없이. 아오야마는 친구 우치다와 함께 어째서 남극에 사는 펭귄이 이 마을에 나타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세운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의 끝을 상상하며 연구에 매진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역시 세계의 끝 같은 장소가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왠지는 모르겠다. 이런 느낌을 잘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89p

 

세상에 대해 온갖 의문점을 갖게 되는 시기가 있다. 가깝게는 내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서,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하여, 그러고나면 더 넓게 혹은 근원적으로 돌아와 나 자신에 대하여. 내 경우는 우치다처럼 생각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빙빙 돌아서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포기해버리는 쪽이었다. 아옹마와 우치다, 하마모토를 보면 정말 행복한 아이들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껏 탐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그들에겐 존재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원하는 것을 하며 직접 몸으로 배워나가는 그들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어디 있을까.

 

"세계의 끝은 접혀서 세계의 안쪽에 숨어들어가 있다."...311p

 

아오야마는 많은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연구하며 결국은 모든 문제가 하나의 문제로 귀결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정말로 슬프거나 기쁘거나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는 순간이 닥치면 그 느낌은... 절대로 노트에 기록할 수 없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을 분류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SF소설일 수도, 판타지일 수도, 또 성장소설이거나 철학소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분류는 상관없다. 읽는내내 아오야마라는 주인공 덕분에 엄마의 미소로 낄낄댈 수 있었고 황당한 소설의 이야기 자체보다는 내 어린시절 잠깐 철학적 의문으로 가득했던 때를 떠올리게 해 주었으니까. 때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아오야마가 그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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