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독특하다. <<언페어>>는 <추리소설>이라는 제목을 가진 추리소설의 한 장면부터 시작하고 실제로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 범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두 번째 사건이 벌어지고 첫번째 사건에서 발견된 책갈피와 같은 문구를 발견했을 때에서야 범인의 의도가 조금씩 밝혀진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36p

 

범인은 돈을 요구하지만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처음엔 그저 다른 추리소설과 그다지 다를 것 없어 보이던 이 책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 건, 이 범인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면서부터일 것이다. 범인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작가가 원하는 것은 아닐까?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들과 출판계에 던지는 일침 같은 것.

 

언젠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을 읽으며 추리소설 작가가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함정에 빠지고 고민에서 허우적거리는지를 깨달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까발리듯 적어놓은 그 책은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언페어>>는 좀 더 직접적이다.

 

책 속 <추리소설>을 범인은 경매에 내놓는다. 살인을 멈추려면 거액의 돈으로 이 뒷부분을 사라! 사람들은 누군가가 죽는다는 사실은 싫지만 그것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실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출판사들 또한 마지막까지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소설과 현실 속의 연쇄살인이 겹쳐지는 이 사건과 목적, 의도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추리소설로서의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전개에 비해 어쩔 수 없이 뻔한 결말에 도달한 점은 정말로 아쉽다. 새로운 시도에는 새로운 결말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약간의 기대감이 무너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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