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우리 얼 그림책 1
박윤규 글, 한병호 그림, 진용선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우리 영화 역사를 이야기할 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나운규의 <아리랑>이다. 지금의 극장이라기보다는 서커스 천막 같은 곳에서 사영하던 흑백이자 무성영화. 상영되는 화면 옆에서 마이크에 대고 변화무쌍한 목소리로 해설과 극중 목소리를 내는 변사의 설명도 인기폭발이었다고 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내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도 우리 부모 세대의 영화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런 분위기가 조금은 익숙한 것은, 어릴 적 명절마다 보았던 TV에서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던 것을 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내게는 변사의 목소리도 왠만큼 낯이 익다.

 



 

푸른숲주니어의 "우리얼 그림책 01"인 <<아리랑>>은 나운규의 <아리랑>을 그림책 형식으로 옮겨담은 작품이다.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영화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내게도 이 내용은 참으로 신선하고 애닮프며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깝게 다가왔다.

 

"대한 독립을 외치는 만세 소리가 삼천리금수강산을 뒤덮었던 바로 다음 해" 벌어진 일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변사의 해설을 실감나게 담고 있어 변사의 어조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림책이라고 그저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형식이 아니라 시나리오처럼 대사를 적고 있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욱 확실한 것 같다.

 



 

완벽한 하나의 소설처럼 영화에는 악한(기호)이 등장하고 로맨스(현구와 영희)가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직접적인 일제에 대한 억압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악한으로 그려지는 기호는 일본의 앞잡이였고, 정신이 나갔던 영진이 기호를 죽이자 일본 경찰에게 잡혀가는 영진이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여러분, 저 때문에 울지 마세요. 제가 기쁠 때나 슬플 때 부르던 노래, 바로 그 노래, <아리랑>을 불러 주세요. 저는 꼭 돌아올 겁니다! 반드시 다시 돌아와 <아리랑>을 부를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많은 사람들이 본 이 영화로 인해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방방곡곡으로 퍼지며 널리 불렸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영진의 슬픔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 모든 억압을 "아리랑"이라는 노래로 승화시켰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영화를 보며 눈물 흘렸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아이들에겐 변사가 낯설다. 변사가 누구인지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는 아이도 막상 변사의 어조가 어떤 것인지는 몰랐나보다. 때문에 책을 그냥 읽으면 문장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이 엄마가...ㅋㅋ 변사를 흉내내어 멋드러지게 읽어줬다. 아이는 재미있어 했고 마지막 장면에선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책에는 <아리랑>의 구연동화와 전국의 아이랑 노래를 담고 있어 아이와 함께 듣고 활용할 만한 꺼리가 많다. 변사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면 이 구연동화를 들려주어도 좋을 듯.



이제 아리랑은 낯선 노래가 아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아리랑 노래는 잘 안다. 우리는 함께 힘을 뭉쳐야 할 때 아직도 이 "아리랑"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럼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아마도 이 노래엔 우리 조상의 얼이 담겨있기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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