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붕어 하킴 푸른숲 어린이 문학 24
박윤규 지음, 아이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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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에게 유명한 물고기 책이 있지요. "무지개 물고기"를 읽어보지 않은 아이들이 없을 거에요.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을 하나씩 나누어주며 친구들과 관계를 넓혀가는 이야기는 우리 아이에게도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버들붕어 하킴>>의 표지를 보며 아름다운 물고기 그림에 그 무지개 물고기가 떠올랐죠.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하킴"의 이야기는 훨씬 더 고차원적이고 자연적이며 우리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책입니다. 



우리 토종 물고기들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숨은하늘에는 조금씩 어둠이 생깁니다. 근처 군부대에서는 자꾸만 땅을 파고 나무를 베고 폭약을 터트립니다. 그런가하면 나라에서는 멀쩡하던 강에 댐을 세워 수로를 막기도 하고요. 강의 한쪽에선 토종 물고기들을 위협하는 베스와 블루길이라는 물고기들이 위협합니다. 숨은하늘의 물고기들은 함께 싸워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하늘지킴이를 뽑기로 해요. 그리고 버들붕어가 하킴으로 불리며 임명되죠. 

"사람들은 자기들이 세상 모든 것의 주인이라고 생각해. 그들이 마음대로 자연을 파괴하고 더럽혀서 오늘날과 같은 위기가 닥친거야."...51p

동화책을 읽다보니 정말 이 숨은하늘에 사는 물고기들의 불행은 모두 우리 사람들때문인 것 같습니다. 외래종을 들여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강은 가던길을 바꾸고, 공사로 점점 살 곳이 좁아지니 외래종의 습격으로 이어지죠. 이들의 싸움은 정말로 처절하고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버들붕어 하킴>>은 하늘지킴이가 된 버들붕어 하킴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최고로서 알아야 하는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현명하게 지켜냄으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만나는 수많은 우리 토종 물고기들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 참 많아 부끄러워지더군요. 

오염수로 인해 기형으로 태어난 물고기들과 오염된 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물고기들의 다툼이 전혀 얼토당토 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공감이 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킴이 동료들과 함께 싸움꾼으로 자라고 정예 부대로서 활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나 타당한 거죠. 하킴이 인간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하킴은 긴긴 여행을 통해 분노와 폭력만이 복수의 길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아름다운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아. 너와 네 친구들의 소망이 뭉쳐져 큰 힘으로 되살아날 거야. 모든 생명은 하나로 이어져 있으니까. 그 힘이 온 세상에 두루 미쳐 사람들까지 차차 변하게 만들 거야.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 어느 것도 없애서는 안 되는 거란다."...191p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을 읽으며 외래종에게 화가 나게 되는데, 애꾸 베스의 선택을 통해 옳은 대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흐뭇했습니다. 인간만을 위한 진화와 변화가 아닌, 모두 다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요. 조금 더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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