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아빠 푸른숲 어린이 문학 23
김남중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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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좋아하는 아빠를 둔 자식이라면, 한 번씩은 모두 경험했을 상황이 책 속에서 펼쳐진다. 건강을 위해 술을 끊으셨으면..하는 바램은 둘째치고 그저 술 먹고 들어오실 때 좀 조용하시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일찍 들어오셔서 우리와 놀아주시거나 안놀아주셔도 그저 시간만 함께 보내도 참 좋을텐데, 왜 늦게 들어오셔서 엄마와 항상 다투시나...하는 고민들 말이다. 그래서 동화책 속 현주에게 얼마나 많이 몰입이 되던지...ㅋ

그래도 <<속 좁은 아빠>>의 현주 아빠 정대면씨는 좀 심했다. 동네방네 다~ 소문 나게 아파트 입구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몸도 못가누고 깨고나면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정말 이건 안면몰수다. 그럴 때마다 뒷처리를 해야하는 현주 엄마와 어린 현주까지... 얼마나 답답하고 창피할까.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 가정을 지키기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거다. 그것이 사기성 짙어보이는데다 돈도 많이 드는 일이라도. 그 무엇도 가정의 평화보다는 중요한 것이 없으니까. 그렇게 현주 아빠는 부활 금주 클리닉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가짜인줄만 알았던 암이 정말로 아빠의 몸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들 가정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아빠는 벌을 받는 거다. 예전에 엄마 속을 썩일 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을 몰랐을 거다. 벌은 아빠 혼자 받아야 하는데 우리 가족이 모두 벌을 받는 것 같았다. 좀 억울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족인 것 같기도 했다. 아빠가 그걸 알아줄까?"...123p

현주는 정말 착하고 사려 깊고 배려심 깊은 딸이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감춰둘 줄 알고 보여줘야만 하는 것만 보여줄 줄 아는 지혜도 갖췄다. 힘든 시기에 동생을 챙기고 아빠를 걱정하고 엄마와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이 정말로 이쁘다. 반면 대화를 선택하는 대신 혼자 꾹꾹 담아두고 술로 풀었던 아빠는 자신의 건강이 상하고 나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너희가 내 뿌리야. 아빠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 이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고맙다, 얘들아. 나도 너희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줄게."...160p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소중한 것들을 미리 챙기고 사랑할 줄 안다면 참 좋을텐데... 사람은 그렇게 되기가 힘든가보다. 힘든 일을 겪으며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얼마나 사랑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그때서야 깨닫는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관계이므로 잘 헤쳐나갈 수 있다. 다소 부모로서 위엄이 떨어지고 실수를 해도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가족이 있으므로 살아가는 희망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해지는 방법은 어렵고도 쉬웠다."(...177p)라는 현주의 말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막상 표현하고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단 한 번의 말과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행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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