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12
노경수 지음, 우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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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나요? 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도 아직은 그런 경험이 없구요. 대신 이웃집 아이가 8살 때 학교 차를 놓쳐 헤매다 20분 거리의 경찰서를 찾아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똑똑하다고 마구 칭찬해 주었던 적은 있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길, 모르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집으로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을 것 같아요. 

<<집으로 가는 길>>은 교회 성가대 연습을 왔다가 엄마와 길이 엇갈려 혼자 집을 찾아가는 현중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친구들과 버스 타고 가던 길, 그리고 엄마와 함께 차 타고 돌아오는 길은 현중이에게 그리 낯선 길은 아닙니다. 때문에 성가대 연습을 마치고 엄마와 만날 장소를 약속하면 언제든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엄마와 만나기로 한 부춘산 팔각정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점점 불안해집니다. 엄마는 왜 안오시는 걸까? 나와의 약속을 잊어버렸나? 별별 생각이 다 들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엄마가 오시지 않자 현중이는 혼자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집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51p



문제는 현중이에게 전화를 걸 돈도, 버스를 탈 돈도 없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현중이는 누군가에게 돈 좀 빌려달라거나 전화 좀 쓸 수 있게 해달라거나, 심지어 집으로 가는 방향이 어디냐고 물어볼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봐 그게 무서웠나봐요.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도 못하냐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에는 온갖 사소한 것들이 말도안되게 걱정이 되곤 하잖아요. 현중이의 이런 모습은 제 어릴 때 기억을 마구 떠오르게 했어요. 그러니 현중이에게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요.

현중이의 결정은... 무조건 집이 나올 때까지 걸어가기! 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자리를 빙빙 돌기도 하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가기도 하는 등...현중이가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험난하기 그지 없습니다. 평소 차를 타고 갈 때에는 곧은 길이라고 생각했던 길이 걸으면서 가보니 구부러져 있습니다. 그러니 길이 더욱 낯섭니다. 

"내가 또 잘못 온 것은 아닐까,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긴 도대체 어디지?"...89p
"네가 아는 직선은 곡선일 수 있어. 짧게 보면 직선이지만 길게 보면 곡선일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말이야, 짧게 가까이 보면 반듯하게 보이는 길이 멀리서 보면 길게 구부러진 길일 수 있는 거지."...94p




비록 부탁하고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지만 걷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다는 현중이. 현중이만의 방법으로 현중이는 따뜻한 엄마 품으로 돌아왔네요. 그 과정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마지막 엄마 품에 뛰어드는 장면에선 눈물이 찔끔~ 나더라구요. 얼마나 안심이 되었을까요. 두려움 속에서 여러 생각을 떠올리며 긴긴 시간 집을 찾아 헤맸던 현중이는 이제 더욱 성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현중이에게 집으로 가는 길은 단순히 집을 찾아 가는 길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우리가 꿈을 쫓아 매일 열심히 노력하는 하루하루의 길일 수도 있습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다보면 갑자기 여기가 어디일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멈춰 생각하죠. 과연 이 길이 맞는 걸까? 어디로 가야 맞는 거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고요. 현중이는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가 있을지도 모를 시장에 들러 잠시 한눈을 팔기도 하지만 결국은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도착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도착할 거라는 확신만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현중이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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