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레 그 여섯 번째 이야기

교차로의 밤 ㅣ 매그레 시리즈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매그레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는 <<교차로의 밤>>이다. 나로선 두 번째로 만나는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용의자와의 긴긴 대치 상황. 뚝심 하면 매그레 반장인데 이 용의자는 열일곱 시간을 버텨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진실이 명백해서일까, 누구든 속일 수 있는 철면피의 얼굴(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유리 눈알도 한몫 했으리라!) 때문일까.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세 과부의 교차로라 불리는 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드문 드문 떨어진 세 채의 집 중 한 집의 차에 실린 시체가 세 과부의 집에서 발견된다. 너무나 좁은 이 마을에서 벌어진 느닷없는 살인사건은, 포커 페이스인 듯한 덴마크인 카를 안데르센의 침묵으로 인해 미궁으로 빠져든다. 과연 매그레 반장은 그만의 뚝심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한 권을 읽고는 매그레 반장의 매력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다소 생소한(요즘의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므로) 이 심농의 시리즈를 이해하는 데에 다 할애했다고 해야 할까. 두 번째로 만나는 매그레 반장은 사건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반장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관찰한다. 그 외에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독자가 추측할 만한 거리도 없다. 단, 1편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에게 많은 심혈을 기울이는 듯하다. 그들의 생김새를 비롯한 성격과 심리 묘사까지. 

"특히 일상의 삶에는 너무나 낯설었다! 아니, 그냥 한마디로 너무나 묘했다! 
외국어 억양....... 카를의 깍듯한 태도와 외알박이 안경....... 화려함과 역겨운 진부함의 뒤섞임....... 거리에서도, 극장에서도, 사교계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엘세의 드레스까지......."...36p

매그레 반장이 중간에 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챘을지라도 나는 전혀 모른다. 그가 직접 설명을 해 줄때까지는. ㅋㅋ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인적 드믄 교차로에서 자동차의 불빛이 지나가고 어둠 속에서 양초가 타들어가고, 정비소의 기계가 반짝이는... 그 빛들의 향연들의 묘사로 느껴지는 그 기묘한 분위기가 제법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