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페사르트 산장 레인보우 북클럽 5
빌헬름 하우프 지음, 김희상 옮김, 박기종 그림 / 을파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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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사람들은 잠이 잘 안 오는 날이나, 심심할 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이야기들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오랫동안 못 만난 사람들의 소식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런 저런 자신들이 알고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해지고 새롭게 덧대어져 아주 다양하게 전해 내려오게 되는 거죠. 

이 동화는 18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이야기입니다. 정말 오래되었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동화를 읽으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에요. 아마도 지금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정이나 마법 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가치관이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슈페사르트 산장>>은 액자 구성이에요. 전체의 큰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네 개나 들어있죠. 대부분의 액자 구성이 전체를 이루는 이야기가 빈약한 반면 <<슈페사르트 산장>>은 그 바깥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때문에 읽는내내 각각의 이야기뿐 아니라 이 산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어떻게 해결될 지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어요. 



아주 어둡고 음울한 슈페사르트 숲 속을 지나던 두 소년은 어둠 속에서 계속 길을 갈 지, 아니면 도적들을 피할 곳을 찾을 지를 두고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한 산장에서 밤과 도적들을 피해 하루 묵어가기로 하죠. 하지만 이 산장도 영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왠지 산장의 안주인도 도적들과 한패일 것 같거든요. 산장에 모인 손님들(대장장이와 금세공사 소년 둘, 대학생, 마부)은 안심이 될 때까지 깨어있으며 동태를 살피기로 해요. 그리고 그 잠을 깨도록 하는 도구로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기로 하죠.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잠이 싹 달아난단 말이야! 몇 날 밤이라도 끄덕없이 버틸 수 있어!"...190p

돌아가며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사슴 금화 한 닢의 예언>, <차가운 심장>, <자이드의 운명>, <스텐폴의 동굴>로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교훈이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에는 요정과 마법, 유령 등 신비로운 힘이 등장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인간 개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이 얼마나 허망하며 덧없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이에요. 각각의 이야기들로서도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죠. 하지만 이 네 이야기들이 한데 모임으로서 그 힘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욕심으로 인해 실패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린 다른 세 편과 달리 <자이드의 운명>은 인성적으로 아주 훌륭한 청년을 이야기하죠. 비록 아주 혹독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 바깥 이야기의 주인공인 산장의 금세공사 펠릭스 또한 자이드처럼 지금 당장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위험 속에서도 그 걱정을 덜기 위해 이야기를 계속 하고 결국 무사히 도적들 사이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죠. 펠릭스의 결말을 읽으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답니다. 역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구나~! 하면서요. ^^

이야기 속의 이야기 <차가운 심장>을 읽으면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일까..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가난이 너무 싫어 "돈"만을 추구했던 페터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페터는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었던 유리요정의 마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죠. 결국 자신의 심장마저 차가운 돌로 바꾸게 되니 말이에요. 온갖 감정들을 느끼게 해 주는 뜨거운 심장... 다른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나의 잘못에 죄의식을 느끼게 해 주고, 사랑하는 감정도 제일 먼저 깨닫게 해 주는 그 뜨거운 심장이,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무엇하나 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았어요. 판타지적인 요소에, 도대체 도적들은 누구인지, 손님들은 무사할지 등의 미스테리 요소까지 덧붙어 아주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200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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