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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사르트 산장 ㅣ 레인보우 북클럽 5
빌헬름 하우프 지음, 김희상 옮김, 박기종 그림 / 을파소 / 2009년 1월
평점 :
옛날부터 사람들은 잠이 잘 안 오는 날이나, 심심할 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이야기들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오랫동안 못 만난 사람들의 소식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런 저런 자신들이 알고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해지고 새롭게 덧대어져 아주 다양하게 전해 내려오게 되는 거죠.
이 동화는 18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이야기입니다. 정말 오래되었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동화를 읽으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에요. 아마도 지금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정이나 마법 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가치관이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슈페사르트 산장>>은 액자 구성이에요. 전체의 큰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네 개나 들어있죠. 대부분의 액자 구성이 전체를 이루는 이야기가 빈약한 반면 <<슈페사르트 산장>>은 그 바깥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때문에 읽는내내 각각의 이야기뿐 아니라 이 산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어떻게 해결될 지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어요.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1/2011/07/05/21/yhkles_0193430705.JPG)
아주 어둡고 음울한 슈페사르트 숲 속을 지나던 두 소년은 어둠 속에서 계속 길을 갈 지, 아니면 도적들을 피할 곳을 찾을 지를 두고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한 산장에서 밤과 도적들을 피해 하루 묵어가기로 하죠. 하지만 이 산장도 영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왠지 산장의 안주인도 도적들과 한패일 것 같거든요. 산장에 모인 손님들(대장장이와 금세공사 소년 둘, 대학생, 마부)은 안심이 될 때까지 깨어있으며 동태를 살피기로 해요. 그리고 그 잠을 깨도록 하는 도구로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기로 하죠.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잠이 싹 달아난단 말이야! 몇 날 밤이라도 끄덕없이 버틸 수 있어!"...190p
돌아가며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사슴 금화 한 닢의 예언>, <차가운 심장>, <자이드의 운명>, <스텐폴의 동굴>로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교훈이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에는 요정과 마법, 유령 등 신비로운 힘이 등장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인간 개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이 얼마나 허망하며 덧없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이에요. 각각의 이야기들로서도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죠. 하지만 이 네 이야기들이 한데 모임으로서 그 힘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욕심으로 인해 실패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린 다른 세 편과 달리 <자이드의 운명>은 인성적으로 아주 훌륭한 청년을 이야기하죠. 비록 아주 혹독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으니 말이에요.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1/2011/07/05/21/yhkles_9846221516.JPG)
그리고 거기에 더해 바깥 이야기의 주인공인 산장의 금세공사 펠릭스 또한 자이드처럼 지금 당장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위험 속에서도 그 걱정을 덜기 위해 이야기를 계속 하고 결국 무사히 도적들 사이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죠. 펠릭스의 결말을 읽으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답니다. 역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구나~! 하면서요. ^^
이야기 속의 이야기 <차가운 심장>을 읽으면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일까..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가난이 너무 싫어 "돈"만을 추구했던 페터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페터는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었던 유리요정의 마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죠. 결국 자신의 심장마저 차가운 돌로 바꾸게 되니 말이에요. 온갖 감정들을 느끼게 해 주는 뜨거운 심장... 다른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나의 잘못에 죄의식을 느끼게 해 주고, 사랑하는 감정도 제일 먼저 깨닫게 해 주는 그 뜨거운 심장이,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무엇하나 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았어요. 판타지적인 요소에, 도대체 도적들은 누구인지, 손님들은 무사할지 등의 미스테리 요소까지 덧붙어 아주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200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