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 나의 키티 동화 보물창고 33
빌 월리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난 어릴 적부터 개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개들과 언제나 즐거운 추억만 갖고있는 건 아니다. 어린 나를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만큼 크지만 순한 나의 첫 애완견을 동네에서 공사하시던 분들이 복날이라고 잡아드시려고 약 탄 병아리를 먹이는 바람에 거품 물고 쓰러져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개에게 물려 피를 철철 흘리며 엄마 등에 업혀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그런 아픈 기억마저도 모두 소중할만큼 난 지금도 개들을 사랑한다. 의미를 담은 눈망울과 한없는 신뢰를 주는 행동,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는 그 꼬리에는 정말 없던 사랑도 마구 샘솟는다. 그래서 개가 등장하는 모든 책들이 참 정겹다. 

<<키티, 나의 키티>>는 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신뢰와 사랑을 쌓아가는 리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광견병 주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리키는 어린 강아지도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다. 개에게 물렸던 기억보다 그로 인해 광견병 주사를 무려 12번이나 맞아야했던 그 끔찍한 기억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리키로 하여금 개 근처에도 가지 못하도록, 개가 다가오면 이성을 잃고 무작정 도망을 가는 겁쟁이로 만들어버렸다. 

"두려움은 네가 극복해야만 하는 거야. 두려움이 네 인생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돼. 이 세상에는 개들이 너무 많아. 네가 개를 보고 계속 도망만 친다면, 넌 도망치느라 바빠서 다른 걸 할 시간도 없을 거야."...52p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리키 또한 자신에게 조언해주는 부모님의 말씀이 옳다고 느끼면서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들에게 맥도 못추고 쫓겨나고 굶어죽기 일보직전인 작은 강아지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면서 리키의 두려움은 저절로 치유가 된다. 정을 쌓는 것. 리키와 키티의 관계는 바로 그러한 것이다. 자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작은 주인을 무한정 사랑하는 키티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아무리 리키가 내치고 밀어내도 그걸 장난으로,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키티의 행동은 그야말로 "사랑"이다. 그렇게 쌓은 이들의 애정은 큰 시련을 맞이하면서 더욱 돈독해진다. 

"그때는 키티의 목소리가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개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도 없었다."...126p

키티와 함께 하면서도 사랑은 아니라고 다짐하던 리키가 키티와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서로를 지키려는 이들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자! 그럼 이 책은 해피엔딩일까? <<키티, 나의 키티>>는 조금 더 나아가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저 평범한 이야기들처럼 모든 것을 극복하고 끝~!이 아니라 언젠가는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슬프다, 당연히. 그럼에도 때로는 그 슬픔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고 슬픔을 온전히 누릴 줄도 알아야 함을, 그리고 또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이 동화가 참으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사실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은 두려움을 극복했듯이 극복해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후에는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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