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6
황선미 지음, 윤봉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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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노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의 룰이 있어서 모르는 아이를 만났을 때의 첫마디가 "너 몇 살이야?" 입니다. 체구가 조금 작거나 얕보이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거의 다 자기 나이에 한두 살 얹어 이야기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죠. 나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가장 큰 서열인가 봅니다. 

명하는 얼만 전까지 친하게 지내던 귀영이가 요즘 참 얄밉습니다. 만 열 살이 되었다고 명하는 거들떠도 보지않고 형들하고만 어울려 지냅니다. 열 살 생일이 지나면 소사천에 가서 실뱀장어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공부도 더 잘하고 체격도 비슷하고 무엇이든 귀영이보다 잘할 수 있을 자신이 있는 명하로서는 정말로 억울하고 부럽기만 합니다. 왜 난 안되지? 



소사천은 개울처럼 보이지만 바다물이 들어오는 입구이기 때문에 물살이 세서 물때가 되면 어린아이들은 잠겨버릴만큼 위험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것쯤 자존심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도 빨리 생일이 지나서 귀영이처럼 나만의 그물을 갖고 실뱀장어를 많이 잡아 간식이나 돈으로 바꾸면 어머니에게 갖다드릴 수도 있고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맛볼 수도 있을 것 같죠. 명하의 기분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어릴 때에는 그런 것이 아주 중요하니까 말이에요. 

  

쉰둥이, 늦둥이로 불리는 명하에게 아버지가 은빛 그물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늦은 나이에 낳은 아주 귀한 아들... 엄하게 키우기는 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얕보이는 것은 싫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소 위험한 소사천에서 주의할 점도 이야기해 주십니다. 자, 이제 명하는 원하던 것을 가지게 되었네요. 이제 그간의 마음이 풀렸을까요? 

아주 어릴 때에는 금방 싸우고 금방 화해하고..하던 아이들도 조금 자라게 되면 화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짝 친구여서 더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친구가 진심으로 한 말이나 행동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준 것이 고맙기는 해도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거죠. 아마 마음 속 마지막 자존심이 그런 마음을 낳나 봅니다. 결국 위험한 일을 겪고나서야 명하는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됩니다.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은 사춘기를 맞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끼리의 갈등, 화해를 통해 성장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물난리가 나면 잠기는 마을을 위해 생긴 댐이 소사천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보여주죠. 흐르는 물이 막히면 죽는 거라는 명하 아빠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어쩔 수 없이 생긴 댐이지만 그로인해 또다른 자연이 병들고 있음을 말합니다. 명하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던 자연이 인간들의 손으로 인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똑똑히 바라보게 되죠. 그래서 마지막 명하와 아버지의 뒷모습이 그리도 쓸쓸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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