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만난 건 TV를 통해서였다. 물론 그 전부터 익히 이 유명한 작가와 책 제목은 알고 있었고 대강의 내용도 어디선가 전해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나 혼자서 직접 대면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움직이는 동화"는 책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작가의 일러스트를 움직이게끔 하여 그대로 전달했다. 책으로 접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나름의 분위기와 장점도 있다. 그때 만난 이후로 "언젠가~" 책으로 소장해야지..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왠지 그 자체로 마음에 든다. 조용히 마음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무언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어렸을 적 함께 놀던 친구나 나만이 간직했던 소중한 비밀들, 앨범을 들춰보면 그 장면을 비롯해서 연결지어 생각나는 추억들 말이다.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 창피해서도 아니고 더워서도 아니고... 그냥 아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남들이 다 빨개질 때에는 전혀 빨개지지 않아 난처한 아이.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13p 원인을 알 수 없어 치료가 불가능하니 치료도 할 수 없고...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함께 어울릴 수가 없다. 그렇게 혼자 있는 것이 좋아졌던 아이는... 또다른 한 아이를 만난다. 이유도 없이 그저...재채기를 하는 아이, 르네. 이 둘의 만남은 마치 운명 같다. 뜻하지 않게 헤어지게 되었어도 평생 가슴에 남는 친구. 마르슬렝과 르네의 우정이 정말 보기 좋다. 장 자끄 상뻬의 간단하면서도 세밀한 표현이 글과 함께 아주 잘 전달된다. 왠지 다른 그림이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함께 앉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즐겁고 편안한 친구. 살아가면서 그런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그런 보석같은 반짝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책이 그렇게도 좋나보다. 내 아이에게도 소중한 책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