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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잊혀지지 않는,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몇 가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남들에게 없을 뿐이지 그 기억으로 인해 지금의 나를 구성하도록 유도한다. 그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던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어쨌든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바로 그 몇 가지 기억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속죄>>.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고백>의 작가 미나토 카나에의 작품이다. 작가는 하나의 범죄를 통해 잇달아 발생하는 연쇄적 고리를 그리며 피해자와 목격자, 그 주변인들에 대한 심리적 묘사로 "죄"와 "속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구성이 독특하달까. 소설은 전체적으로 목격자인 사에, 마키, 아키코, 유카의 편지나 진술, 대화 등으로 나뉘어 한 사건과 각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아우르며 결론을 내는 듯한 피해자 에미리의 어머니 아사코의 편지가 있다.
공기가 좋다고 알려진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한 살의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살해당한다. 그 아이 옆에서 함께 놀던 친구 네 명이 살인자를 목격하였으나 아무도 그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 결국 범인은 잡히지 못했다. 3년 후, 피해자의 어머니인 아사코는 도쿄로 돌아가기 전 아이들을 부른다.
"난 너희를 절대 용서 못해.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그렇게 못하겠으면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속죄를 하라고. 그것도 안 하면 난 너희들에게 복수할 거야."...96p
비록 에미리의 죽음이 처참할 정도로 끔찍한 범죄였으나 단 하나의 범죄였던 이 사건은, 에미리를 목격하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그 사건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정적으로 아사코가 네 명의 아이들에게 속죄를 요구함으로서 네 건의 사건으로 번져나간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각각의 아이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어째서 이 아이들이 또다른 범죄에까지 나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앞의 사건은 어떤 식으로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하는 것들. 아사코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음으로서 그녀 자신도 제정신이 아니었을테니. 중요한 것은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였을 이 각자의 삶에 있다.
때문에 이소설은 단순히 사건을 풀어내는 추리 미스테리로서의 흥미보다는 각각의 삶을 이해하고 그 간극을 채우는 심리 묘사를 이해하는 과정이 더욱 흥미롭다. 상대방은 별 의미 없이 한 행동이나 말들이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나에게는 얼마나 다른 의미로 그 말과 행동들이 다가오는지. 그녀들이 선택한 속죄의 길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