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런 소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너무나 잔인하며 너무나 끔찍하다. 그런데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빨려들어간다. 간혹... 웃음도 난다. 죽음의 과정에서 웃음이 난 내게 죄책감도 생긴다. 때문에 당혹스럽다. 이 소설, 어떻게 해야하나...

<<인구조절구역>>은 절대 가볍지 않은 확실한 주제의식을 지닌 소설이다. 하지만 SF 문학의 선구자라는 작가는 그의 경력답게 아주 끔찍하면서도 실소가 나오게 유도하듯 블랙 코미디로 미화시켰다. 그 때문인지 주제는 더욱 확실하게 부각되고 독자는 이 잔인함과 유머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실버 배틀"이라는 이상한 게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본에서 거행되었다. 정부의 주도 하에 너무나 많아진 노인들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노인들 스스로 배틀을 벌여 한 지구에서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이다. 그리고 두 사람 이상이 살아남을 경우는 정부에서 모두 처리한다. 정말 끔찍한 제도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엄청난데 소설의 묘사는 아주 극단적이다. 옛날 유행하던 "둠"이라는 게임을 보는 것 같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며 그동안 살아오며 간직했을 모든 인격이나 감정들을 도외시한다. 

아니, 오히려 그런 극한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에 노인들에게서 원초적인 감각과 감정이 살아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블랙코미디는 여기서 발생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이 과정에서 도저히 평소라면 드러낼 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쏟아놓는 노인들의 비명은 끔찍하면서도 실소를 자아낸다. 

어쩌다 그런 제도가 생겨났을까. 소설 속 상황은 매우 극적이지만 이미 우리 사회도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수가 더 적다.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 그렇다고 노인들을 방치할 수 있을까. 

"야당도 인기를 얻으려고, 정부 여당도 선거가 다가오니까 인기를 얻으려 하고, 한통속이 되어 노인을 등쳐먹고 있는 겁니다. "...243p

그때그때 닥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었다 폐기하는 정부의 여러 기관, 국회 등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멀지 않은 미래에 실버 배틀 같은 제도가 생겨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과거"를 지우려 한다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처럼 우리는 미래만 바라보고 과거는 되돌아보려 하지 않으려 하는건가. 작가는 이 파격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 자신이 70세가 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 소설이 그저 흥미위주가 아닌 주제의식을 갖고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이 작가의 연령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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