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주제, 흥미로운 미스테리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가이도 다케루, 그 자신이 의사이면서 직접 일본의 현 의료 행태를 바로 보고 꼬집어내는 비판적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그렇다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완벽하리만치 집중시키는 미스테리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러니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나도모르게 집중해서 즐겨 읽는 와중에 저절로 일본의 의료를 알아버리게 된다. 내가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일본과 한국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사회라고 많이 다를까 싶다. 관료주의에 물든 윗분들이 하시는 일들이 다~ 거기서 거기니까.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은 그의 연작 소설들보다 좀 더 직접적이다.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들이 많고 구조적으로 미스테리적 흥미는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는 기존의 관료주의적 의료 사회를 꼬집을 뿐만아니라 "불임"이나 "낙태", "인공수정" 등의 좀 더 원초적이고 강렬한 주제를 채택함으로서 역시나 푹~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마리아 불임 클리닉은 지역 의료를 담당하는 산부인과로서 몇 달 전 몇 가지 사건이 한꺼번에 터지며 아주 위태로워졌다. 이제 남은 환자는 다섯. 이 환자들의 출산이 끝나면 이 병원도 곧 문을 닫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8개월. 이 병원에서 의사로 있는 리에는 데이카 대학 병원의 조교로서 발생학 강의를 맡고 있다. 무언가 은밀한 일을 꾸미는 그녀는 이 마리아 불임 클리닉을 마지막까지 잘 지킬 수 있을까. 

소설은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외래를 다니는 다섯 명의 인산부들과 그들의 진료를 맡고 있는 리에, 그녀가 강의를 맡고 있는 데이카 대학으로 범위가 무척 좁다. 하지만 마리아 클리닉에서 일어난 불운의 사건들과 리에의 강의를 통해, 혹은 야시키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모두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대학병원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법에 위배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리에의 인공수정, 하지만 지역 의료를 사려내고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양면성을 보여주며 과연 앞으로의 의료에 대안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해 본다. 

리에의 대안은 무척이나 파격적이며 과연 가능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시스템은 <나전미궁>의 사쿠나로미야 병원의 자체 시스템과 조금 닮아보인다. 현 의료인으로서 가이도 다케루는 일본의 의료 미래를 자신의 작품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글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기존의 그의 작품보다 짧아서인지 구성적으로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강렬한 주제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