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티유 광장
레온 드 빈터 지음, 지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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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다. 주인공 "나"의 의식과 감정에 온전히 빠져들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유대인도 아니고 그 전쟁을 겪은 세대도 아니며 무엇보다 그들의 역사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있지 못하다.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이러한 심리적 착란 증세와 집착이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점점 멀리하고픈 생각만 가득하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딜레마였다. 

어쩌면 시간의 순서와 전혀 상관없이 주인공의 사유에 따라 진행되는 글의 순서도 한 몫을 한 듯하다. 원인과 결과를 유추하기 전에 또다른 원인이나 사건이 나타나고 때문에 결과를 추론해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그렇다고 끝까지 의문투성이인 채로 끝나지는 않는다. 결국 독자는 그가 무엇을 고민하고 추구하려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이 열린 결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이야기가 막 시작된 듯한데 툭! 하고 끝내버린 느낌.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인 파올은 한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다. 하지만 전쟁 고아(홀로코스트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로 자란 자신의 정체성에 자신이 없다. 파올은 이름조차 몰랐던 부모의 존재를 찾기도 하고 상상도 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타난 쌍둥이 형의 존재. 그럼에도 왜 지금 그는 홀로일 수밖에 없는 걸까. 편안한 가정도 그에게 위안이 되지 못하고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고 싶어하지도 않는 학생들 사이에서 파올은 점점 염증을 느낀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일탈". 그렇게 시작된 그의 연구와 함께 프랑스에서 만난 폴린, 그리고 사진 속에 찍힌 자신과 같은 얼굴을 가진 한 남자.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파올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당신은 태어나서 부모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지요. 당신은 고아로 부모님이 수용소 가스실에서 학살당했다는 의식 속에서 성장해왔기에,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돌이키기를 원하고 있는 거예요. "...99p

"만약..."이라는 단어는 항상 후회를 남긴다. 조금만 상황이 달랐다면 조금 더 나은 오늘이 있었을텐데... 라는 후회. 파올이 집착하는 루이 16세 가족의 탈출기는 바로 이런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무수히 바뀌게 될 역사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바로 파올 자신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만약 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친척들이 존재했다면, 형 필립이 살아있다면.... 

사진 속의 남자가 정말 필립이었을까. 그저 파올의 착각이었을까. 그 사람이 정말로 형이든 그렇지 않든... 평안과 안정을 줄 가정조차 버릴 정도로 파올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역사는 이미 일어난 일들이 쌓인 결과이고 때문에 지금의 파올조차 역사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토록 우연을 부정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여행이 하편으론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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