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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갭의 샘물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찍이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늙지 않고 죽지 않은 채로 영원토록 명예와 권력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일까. 만약 정말로 그런 효과를 주는 무언가를 찾아 그대로 중국을 호령했다면 지금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렵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은 현재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도, 집중하게도 할 수 있다.
결코 쉽지 않고 가볍지 않은 주제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동화책 속에 이렇게 "인생"과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책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렇다고 읽기에 어려운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중, 고학년 정도이면 아주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아닐까.
위니 프레드는 대대로 숲을 소유한 마을 언저리에 사는 소녀이다. 외동딸이라는 이유로 많은 잔소리 속에 시달리던 열 살의 위니는 어느 날 탈출을 꿈꾼다. 그저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우연과 우연이 겹쳐 운명을 엮어내기도 한다. 위니와 제니네 가족, 그리고 노란 정장을 입은 사나이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이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트리갭의 샘물"은 불로불사의 효과를 내는 샘물이다. 열일곱 소년 제시는 이미 백 네 살이나 먹었지만 얼굴은 그대로이다. 오랜 옛날 우연히 마시게 된 이 샘물로 인해 이 가족은 계속해서 떠돌며 살아가게 된다. 다른 이들이 이 샘물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생길 결과를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이젠 위니가 알게되었고 당황한 가족은 위니를 아주 먼 자신들의 오두막까지 데려가게 된다.
터크 가족 구성원 네 명이 모두 샘물을 마셔 변하지 않는 나이와 죽지 않는 삶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네 사람은 자신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모두 다르다. 마치 사지선다형처럼 작가가 독자들에게 내는 숙제 같다. 터크씨는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아주 몹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제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생명의 수레바퀴의 일부가 아니야. 빠져나와 버렸어."...92p
매 부인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영위하며 살아가지만 큰아들 마일스는 이왕 주어진 끝없는 시간 동안 언젠간 인류를 위해 쓸모있는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가 하면 둘째 아들 제시는 즐기며 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동화 속에서 가장 악한 인물로 그려지는 노란 정장의 사나이는 단지 자신의 잇속만을 위하여 위니와 터크 가족을 괴롭힌다. 그런 그를 단죄하는 것은 매 부인이다. 정당방위의 상황이었다고 해도 과연 매 부인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위니는 열 살이지만 자신만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터크 가족을 돕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에필로그를 통해 작가는 자신 나름의 결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주제의 무게만큼 아이들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준 책인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논술과 토론에 아주 적합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