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
제임스 로이 지음, 황윤영 옮김 / 청어람메이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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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왠 말장난인가...싶었던 제목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경험은 누구나에게 있을 법한 일이기에 상대방의 공감을 일으키고 나와 다른 이야기는 더 듣고 싶고 널리 퍼트리고 싶은 유혹을 일으킨다. 그 다름은 그 사람 본인이 아니면 똑같이 느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른 매력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기쁨을 말하고 두 배로 기뻐하고, 슬픔을 말하고 위로을 받고, 고민을 말하며 위안을 얻는다.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각각의 단편으로 보이는 이 열세 편의 이야기는,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호주의 한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열 셋 혹은 그 이상의 십대 아이들의 이야기로 엮여있다. 하나씩 읽다보면 각각의 독립된 주제를 지닌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는 1년 여의 시간 동안을 시간의 흐름 순으로 나열되어 있으며 앞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아이가 또다른 이야기에서는 다른 누군가의 친구, 혹은 그저 언급만 되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 또한 제목의 "누구나"라는 의미에 더할 수없이 적절하다. 

<새로 온 여자아이>로 시작하는 소설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 전학 온 듯한 여자아이에게 작업을 거는 마티의 이야기다. 두 번째 만남을 기대했던 마티는 결국 그녀를 새로 전근 오신 선생님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된다는, 다소 깜찍하며 발랄한 에피소드이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이렇게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벨린다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아주 혹독한 첫 사회 신고식을 치르기도 하고<내부 고발자>,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소문으로 정해진 이미지 때문에 너무나 큰 상처를 받는 로니<공터>, 사춘기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자존심 싸움으로 야기되는 한 친구의 죽음<헐떡거리며 달리기>, 가정불화로 인한 괴로움을 잘 표현해낸 <회전력>, <무미건조한 마을> 등 다소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가진 이야기들이 다수이다.  

무척이나 사실적이다. 너무나 오픈되어 있어 "어른"이라는 입장을 지닌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했다. 서구권과 동양권의 의식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호주의 청소년들은 미성년으로서의 제약면에서 거침이 없다고 느껴졌다. 술은 물론 흡연이나 성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나로서는 다소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청소년들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감추어졌거나 드러나있거나의 차이가 아닐까...

이 소설의 대단함은 그런 아이들의 방탕한 생활을 표현해 낸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열세 편의 이야기가 모두 독립적이면서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과 각각의 주인공들의 심리가 작가와 완벽하게 일치되어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나"로 서술되는 일인칭 서술이 그 아이의 표현법이나 성격, 생김새까지도 떠오르게 할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 정말로 각각의 아이들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각각의 이야기에 해결책이 있을까? 이 이야기는 그저 십대 아이들의 생활과 경험, 생각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때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겪었을만한 이야기이면서 그 아이 본인이 아니고서는 똑같이 경험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 하지만 이 열세 편의 이야기가 모임으로서, 1년 여의 시간이 흐름으로서 그 아이들 세대가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떤 고통 속에서 어떤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는, 조금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는 있겠다. 

다소 우울했던 이야기들의 연속에, 그리고 과연 이 망나니들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던 참에, 그래도 이 아이들 나름대로의 경험과 고민 속에서 이들도 미래를 향해 심사숙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서 희망을 준다. 어쩌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보고 행동해보고 난 후에 그들이 얻을 수 있는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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