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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에겐 두 가지가 기대된다. 유머와 절묘한 무게 중심! 아무리 심각한 주제를 갖고 있어도 톡톡 튀는 그만의 위트로 중심을 잡을 수 있고 가볍게 보이는 대화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싸한 주제를 담고 있다. 그래서 좋다, 그의 작품들은.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읽고나면 뭔가 마음이 짠~ 하다.
<<꿈의 도시>>는 여러모로 그의 <최악>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도 그렇고 각각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각자의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한 정점에 모여드는 구성도 그러하다. 단, 일찍 만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고 아마도 그 차이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느냐 재미없게 읽느냐로 가른 것 같다. 적어도 난 <최악>은 정말 숨가쁘게 읽어내려갈 만큼 재미있게 읽었고 <<꿈의 도시>>는 몇 번이나 손에서 놨다 들었다하며 진정 괴로워했다. 끝까지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며.
다섯 명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정말로 생활보호비가 필요한지를 떠나 일단 그 수급자들을 줄여야 하는 공무원 도미나리와 그저 그런 여고생 생활을 하며 이 작은 도시를 떠나 도쿄로 진학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후미에, 노인들만 사는 집에 방문하여 사기 세일즈로 영업 실적을 올리며 살아가는 가토 유야, 마트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하며 사슈카이라는 신흥 종교에 빠져 있는 다에코, 마지막으로 이 작은 도시에서 최고 권력을 잡기 위해 갖은 술수를 일삼는 시의원 준이치까지.
처음 이들의 삶은 그저 하루하루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한다. 더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더 나빠진다. 왜? 이 도시는 발전이 되려다 멈춘 아주 작은 소도시이기 때문이다. 실업은 늘어나고 관료 행정은 관료자들의 마음대로 흘러간다. 시의 재정은 최악의 상태에 빠지고 도시를 건설하는 업자들은 온갖 비리로 얽혀있다. 이 도시가 과연 꿈의 도시인가! 오쿠다 히데오는 이 다섯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통해 거대 자본에 조금씩 잠식되어가는 지방 소도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너무나 산만하고 끝이 없는 나락에 너무나 우울하다.
조금의 반성(뒤늦은 반성은 필요없다)이나 희망적인 노력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서로가 서로를 망치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내는 이들 인물들이 나는 너무 싫었다. 그들은 사회에 부조리를 외쳐대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들의 돌고 도는 실수로 제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최악>과 <올림픽의 몸값>을 통해 오쿠다 히데오는 자신만의 유머를 내려놓고 조금씩 "진중한 주제"를 드러내는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그 무게를 버틸만한 충분히 매력적인 장치들이 전작의 경우엔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오쿠다 히데오가 진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꿈의 도시>>는 그의 또다른 변신일까.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