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재스민 레인보우 북클럽 25
카시미라 셰트 지음, 부희령 옮김, 이윤희 그림 / 을파소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도 초등학교를 세 군데나 다녔던 것 같습니다. 처음 전학을 할 때엔 어리기도 했고 이미 그 반에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다지 긴장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 2년 후 전학을 할 때엔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전학을 갔던 터라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 등 온통 새로운 것들 투성이라 많이 두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 하는 일들이라면 "정면돌파"라는 마음도 한구석에 있었기에 그런대로 잘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에 대한 느낌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죠.

<<블루 재스민>>은 인도에서 미국의 아이오와로 이사하게 된 시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며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그들의 생활 속에 속해야 한다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결코 즐거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좀 더 쉽게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언어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많은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면 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시마는 부모님을 따라 그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나는 인도에 있는 사람들을, 특히 라주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아이오와 시에서도 불행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75p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주위 사람들의 배려로 더욱 쉬워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영어에 자신감이 없던 시마는 다행이 학교가 개학하기 전에 리아와 제니퍼를 만났고 조금씩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적응해 나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아요. 시마는 이미 12년을 인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영어 발음도 굳어졌고 무엇보다 "생각" 자체를 인도식으로 하기 때문이죠. <<블루 재스민>>은 이 문화적 차이를 표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인도의 문화는 우리나라와도 비슷해 보여요. 예를 중시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질문에 답할 때에는 일어나야 하고 주위 어른들께 공손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죠. 하루 하루 생활해나가면서 시마는 미국과 인도가 날씨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에서, 1년 사계절에 따른 꽃들의 변화에서 많은 차이를 발견하고 배워나게 됩니다. 

이 책이 훌륭한 점은 단지 두 나라의 차이를 드러내고 적응하는 과정만을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그것과 함께 시마의 "우정"에 대한 성장 과정을 담고 있죠. 미국으로 떠나기 전 시마는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던 묵타에게 선물을 받고 고마움을 표시하러 묵타의 집에 들렀다가 왜 묵타에게는 그런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돼요.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묵타에게 나쁘게 대했는지 깨닫게 되죠. 미국에 와서는 마치 예전의 자신이 묵타를 대하듯이 자신을 대하는 캐리와 신경전을 벌이며 묵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내가 그애에게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했음에도, 그애가 나에게 가르쳐 준 용기와 친절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 마음속에 있는 묵타에 대한 감정은 설명하기 힘든 것이었다."...147p



묵타가 시마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듯이 시마 또한 캐리에게 먼저 손을 내밉니다. 이제 시마는 진정한 "우정"이 뭔지 알게 되었을 거에요. 미국에서의 일 년은 시마를 많이 변하게 했죠. 그렇다고 시마가 인도의 모든 문화를 잊어버렸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욱 소중한 마음 속의 고향이 되었겠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230p
"전 다른 변화들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전 무엇이 닥쳐오더라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저도 변할 거니까요. 저는 계속 변해 갈 거예요."...233p

변화는 언제나 두렵습니다. 내게 익숙하고 편안한 상황이 계속되길 바라죠. 하지만 변화가 없다면 발전도 없을 거에요. 시마는 인도에서의 생활 뿐만아니라 미국에서의 생활도 소중히 하게 되었죠. 이제 자신의 고향은 두 곳이라고요. 새로운 환경이 두려웠지만 조금의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시마는 더욱 행복한 삶을 만들었답니다. 떠나온 곳이 그립기도 하지만 새로운 곳의 새로운 환경, 날씨, 아름다운 꽃들(특히 블루 재스민이라 이름지은 히아신스), 친구들까지. 다 소중히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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