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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이나 표지에서부터 왠지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인데, 책을 다 읽고나니 그런 느낌이 한결 더 짙다. 평소 남성적이니 여성적이니 그런 기준을 두고 읽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도 그 재미는 성석제님의 무언가 살짝 비트는 위트있는 표현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문장들은 욕설이 난무하는 어휘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지막 작가의 말이 1996년에 씌어진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15년의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왠지 우리나라 땅 저 깊숙한 곳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한 "지역"의 이야기다. 그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그 위엄과 지위, 성품으로 그 지역의 전설이 된 남자, 마사오. 그는 지역의 "왕"이다. 많은 이들이 매일같이 마사오의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했고 어린 아이들은 그의 아성을 들으며 자라 그처럼 되기를 원했으며 그는 존재만으로 그 지역의 신화를 일으켰다.
"마사오가 무서운 것은 주먹뿐만 아니라 한 번 찍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는 표독함이고 한 번 얻어걸리면 끝까지 쫓아가서 기어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패대는 독기였다."...56p
그렇다고 이 소설이 마사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한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지역의 흥망성쇠가 아닌,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를. 어느 곳이나 사람들 사이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 또한 사람이기에 언젠가는 늙고 병든다. 그러면 그 기회를 엿보던 또 다른 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대세는 바뀐다. 그 지역의 역사는 마사오의 왕좌를 누가 이을것이냐..하는 것이다. 그를 이을만한 인물이 있는가. 어떻게 권좌가 바뀌는가. 도시에서 보면 한낱 시골에 불과한 그 지역에서도 어느새 개발 붐이 일어나고 때문에 왕다운 왕의 부재로 다툼이 일어난다. "나"는 그 역사의 한 장면에 한다리를 걸치고 모든 것을 서술하고 있다.
15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 와도 전혀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작가의 문장력이 한 몫 했겠지만 그동안 우리 인간 세계가 변한 것이 이리도 없나...하는 생각에 조금 비참해지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결국은 어디나 똑같고 언제나 같은 것일까. 권위, 명예...이런 것들이 뭐 그리 중요할까. 지들끼리 복작대고 싸우는 모습 이젠 지겹기만 하다. 그런데 아무리 작은 단위라도 이런 모습이 보여진다. 조금 허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