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올 에이지 클래식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읽었던 <<안네의 일기>>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동안 나는 자랐고 그만큼 부모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의 부조리도 알게 되었으며 정치적인,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어른이 된 나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다가온 <<안네의 일기>>는 더욱 크다. 

안네의 일기는 이미 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1942년의 6월에 시작된다. 그 때에는 아직 '은신처'로 옮기기 전이고 독일 본토가 아닌 네덜란드이지만 그곳에서도 유대인들에 대한 핍박은 시작되었고 그들 가족은 위험을 느낀다. 그리고 7월 8일 드디어 '은신처'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 전까지의 안네는 그래도 보통의 열세 살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친구들과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해나가고 있었고 매일매일이 즐거운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전과 같지 않고 물건의 결핍과 항상 조심해야 하는 생활을 견뎌야 하는 은신처에서의 하루하루는 안네 뿐만아니라 안네의 가족과 반 단 씨네 가족... 그러니까 은신처에 기거하는 7명(이후 8명) 모두에게 힘겨운 나날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소녀가 이런 생활 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압박감이 얼마나 클까.. 생각만해도 오싹하다. 게다가 안네의 일기를 읽어보면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그대로 일기장인 키티에게 쏟아붓고 그럼에따라 안네의 내부가 얼마나 넓어지고 깊어지는 지를 느낄 수가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성격이 밝고 심히 명랑하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를 나타내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안네의 부모는 그렇게 보이는 안네의 내적 동요나 기분 등을 알아채주지 못했다. 아마도 안네가 시기적으로 '사춘기'라는 시기를 맞이했을 때와 은신처에서의 생활이 맞물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고 어른인 부모는 그런 안네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어야 했던 것은 아닐지... 일기를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이다. 안네의 처절한 내적 비명이 너무나 잘 들려서 마치 내 사춘기 시절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누구에게 발산할 수 있을까. 보통은 친구들에게, 자매에게, 혹은 또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안네에겐 한정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없었다. 만약 은신처로 옮기기 전에 선물받은 이 일기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좁은 공간에서 모든 일에 신경쓰며 지내야 하는 부담감은 가장 어린 안네뿐 아니라 은신처의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었고 때문에 그 적은 인원이 서로 반목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안네는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묘사도 뛰어나고 객관성을 띠고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도 거침없이 표현해 놓는다. 그렇게 키티와 함께 안네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때문에 <<안네의 일기>>는 모든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하는 필독 도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네의 일기>>가 단지 성장소설에서만 그칠까. 그렇지 않다. 그 큰 역할로서 전쟁 당시의 '은신처'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 당시의 상황들과 안네 개인이 생각하는 종교, 사회, 정치적인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숨어야 하는 이로서 겪어야 하는 참담한 슬픔과 고통은 물론이며 아직 아이이지만 아이가 갖는 정치적 견해도 뛰어나다. 

"계속해서 글을 쓸 거야. 엄마나 반 단 아줌마, 그리고 대부분의 여자들처럼 세상에서 잊히고 마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남편과 아이들 말고도 뭔가 몰두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가질 거야."...261p

모든 어른들이 절망적인 말을 쏟아내도 안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폭격 속에서 무서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에도 안네는 "미래"를 생각한다. 그러니.... 은신처의 발각과 안네의 죽음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어릴 때 읽었던 책은 내게 페터와의 로맨스나 힘든 상황들을 이해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 같다. 이제 난 이 책 속에서 부모로서의 역할, 끔찍한 상황 속에서의 통찰력과 희망도 함께 읽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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