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라고 뉴스에서 보도되어도 사실 잘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쉬쉬~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 아이도, 저집 아이도 이혼녀, 이혼남, 혹은 재혼가정의 아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제가 참가하게 된 한 상담모임에서도 재혼 문제를 털어놓는 분들이 꽤 많더라구요. 그제서야 음성적으로 이혼가정, 재혼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됩니다. 사실 옛날에는 아무리 부부 문제가 심각해도 "아이들"을 보면서 참아왔지만 이제 "내 인생"을 찾겠다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새로운 형태의 가정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일순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면 역시나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받아야 하는 상처와 불안은 어떡해야 할까요? <<아빠는 내가 고를 거야>>가 새로운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은지는 언니와 엄마와 함께 삽니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아빠는 바로 재혼하여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거든요. 때문에 은지는 "남자"와 "사랑"에 상처받고 믿음을 저버렸어요. 사랑이라는 것은 모두 믿지 못할 것이며 절대로 영원하지 않다고 말이죠. 은지 주변에는 비슷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혼남인 아빠와 사는 준구는 잘 돌봄을 받지 못해 너무나 지저분하고 학습 능력도 떨어지고, 은지의 단짝인 미혜는 새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요. 또 창민 오빠의 엄마도 돌아가셨죠. 어쩌면 은지가 "사랑"이 영원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모두 어른들의 문제로 야기된 아이의 상처에요. 그런데 엄마가 어떤 아저씨를 소개해 준답니다. "사랑"을 또 믿는 엄마가 은지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그 못미더운 새아빠의 자리를 꿰찰 남자가 바로 코찔찔이 준구의 아버지라지 뭡니까! 이쯤되니 은지는 새아빠가 될 사람을 스스로 찾기로 결심해요. 은지의 새아빠 찾기는 잘 이루어질까요? 처음 엄마가 소개한 준구 아빠는 은지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죠. 하지만 뒤이어 은지가 소개한 창민 아빠는 엄마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엄마와 언니, 은지는 모두 가족이기 때문에 모두의 생각이 반영된 선택이 가장 옳은 선택이겠죠. "내가 아빠를 고르겠다"는 은지의 생각은 정말로 당당하고 옳습니다. 자신도 가족의 한 부분이므로 당연히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은지는 그 과정을 통해 모든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랑"이란 서로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가족은 모두 한 곳에 똘똘 뭉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된 은지는 이제 "사랑"의 불신을 버리게 되겠지요?^^ 은지가 아빠한테 찾아가던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은지의 마음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이해되었기 때문이죠. 부모들의 자존심과 하찮은 실수들 때문에 얼마나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는지가 극명하게 나타난 장면이었습니다. "난 이제부터 엄마처럼 약속도 하고 결혼도 하고 사랑도 할 거다. 사랑 따위 필요 없다면서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을 거다. 용감한 여전사가 되어 왕자님을 찾아 나설 거다."...152p 은지의 씩씩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감동과 함께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