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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아주아주 두꺼운 책을 시리즈로 읽는다는 계획 자체가 좀 부담이 가지만 워낙 스피디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기에 그 계획은 무척이나 즐겁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 이은 가이도 다케루의 의학소설, 정확히는 그 주인공들 다구치-시라토리 팀의 두번째 이야기이다. 같은 배경인 도조 의학대학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등장인물들과 토막살인사건을 놓고 파헤치는 진실 게임이다.
소아과 병동 간호사 "사요"는 전설의 가수 사에코와 그의 프로듀서 시로사키를 만나며 자신의 재능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소아과 병동에는 그녀가 돌봐주어야 할 두 아이(5세, 14세)가 있다. 그리고 발견되는 토막 살인. 범인은 병원 대학 안에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찾기 위해 다구치와 시라토리, 그리고 가노 형사까지 더해져 게임은 한층 재미있어진다.
사실 범인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앞쪽의 복선이 무지하게 길기 때문에 누가 범인일까...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고나 해야할까?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다고 책이 재미없어질까? 다른 추리소설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의 소설은 "범인"보다는 그 이유와 "진실"이 더욱 중요하고 무엇보다 의대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폐단, 인습, 소용돌이 등을 묘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그 진실을 찾느라 정신이 흐트러진 사이 중간중간 "관료 시스템"이나 학계의 융통성 없음을 이야기하며 저절로 동감하게 만드는 것.
우리가 의학 지식을 알아봤자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또 사실 그렇게 일반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그 새로운 정보 자체의 새로움과 놀라움은 충분히 호기심이 발동된다. 이번 편에서는 사요나 사에코 등의 노래가 사람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통해 매우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사실상 시라토리에 가깝다고 여겨지지만 나는 조금은 엉성한 다구치 선생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언제나 마지막 해결은 시라토리가 하는 것이 영 마뜩치 않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묘사되는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우리의 다구치 선생님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나를 지켜보는 것 또한 그의 시리즈를 읽어내는 데 큰 몫을 한다.
"사요 씨는 노래를 할 거야. 노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지. 새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높은 하늘을 날기 대문이야.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새도 있어. 노래하는 새가 빛이 나는 순간은 노래를 부를 때지. ..."508p
사실 한 권으로 씌여졌지만 분량이 많아 분책 되었다는 다음편 <<제너럴 루즈의 개선>>도 많이 기대된다. 얼음공주의 등장과 함께 새로이 바뀌는 배경, 새로운 사건들. 두 책의 연관성을 생각한다면 빨리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