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
박대곤 지음 / 부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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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그랬다. 키우던 개를, 이사간다는 이유로... 똥오줌을 못가린다는 이유로... 자꾸만 다른 집으로 보내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내가 독립하게 되면 그때는 아파트든 주택이든 개 80마리를 키우겠노라 다짐하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지근은 딸아이가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라도 "안된다"고 말한다. 음... 이건 절대로 어른이 된 후에 바뀐 마음이 아니다. 제대로 돌보지 못할 바에야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겠다!..라는 의지일 뿐.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를 읽으며 다시한번 나의 결정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제대로 한 가족으로서 받아들이고 책임지지 못할 바에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실 난 다른 생명체를 키우기엔 조금...게으르다. 

"많은 사람들이(동물을 기르든 기르지 않든 간에)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5p

정말이다. 아니라고 우겨봤자 자신을 속이는 짓이다. 개를 사랑한다며 키우는 사람들조차 비싼 병원비에는 납득하려 하지도 않고 매일 더욱 자상히 돌봐주어야 함에도(왜냐면,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으니까.) 표현하지 않으니 무조건 괜찮을거라 생각해버린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는 수의사의 에피소드와 함께 자신의 생각들을 담은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너무나 순하고 애절하고 불쌍한 눈빛을 가진 개, 고양이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이 왜 동물병원에 올 수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치료받고 어떻게 나았으며 때론 어떻게 하늘나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씌여져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안타깝거나 슬픈 이야기도 있다. 무엇보다 그런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수의사로서 화가 나고 분노해야 했던 저자의 이야기에 무척 공감된다. 

얼마 전 친정에 있는 개가 많이 아팠다. 개를 키우면서 그렇게 많은 병원비가 들은 건 처음이었다. 아마도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개 한마리한테 무슨 돈을 그리 쏟아붓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과 함께 했던 한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사실 그 직전까지 가기는 했다. '안락사'. 사람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단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울었던지. 

"동물이 아프게 되는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다. 때로는 무관심 때문에, 때로는 악의 없는 장난에도 동물은 고통을 받을 수 있다."...86p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만큼 문제제기와 다양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기에 그냥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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