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한 권의 책이 다가오는 느낌이 굉장히 크다. 아마도 그래서 "명작"이라고 부르는 것일게다. 한 문장 그냥 허투루 읽을 수가 없고 자꾸만 되새기고 되새긴다.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작가에겐 어떤 의미였을지. 아마도 오랫동안 읽고 또 읽게 되는 책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실격>>은 <인간실격> 중편을 포함하여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5편과 함께 엮여있다. 비중이 큰 <인간실격>이 앞에 놓임으로서 뒤편의 단편들도 허투루 읽을 수가 없다. 그만큼 <인간실격>은 의미나 비중, 느낌이 모두 크고 무겁다. 

처음부터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물론 말하는 화자는 "나"이지만 처음과 끝의 "나"는 진짜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으로서의 화자이다. 얼마쯤은 본문 속의 "나"와 간격을 두고 싶어함을, 그렇게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멀리 돌려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 요조의 이야기는 화자 "나"가 본 세 장의 사진 속 흐름처럼 그렇게 세 개이 수기로 나뉘어져 있고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욱 비참하게, 굴욕적으로, 처참하게 변해간다. 어떻게든 인간들 속에서 살아보려 광대짓을 할 정도로 애쓰던 한 아이가 아무리 위장을 해도 인간들 속에서 어긋남을 느끼고 자신의 위장을 들킬까봐 조바심을 내고,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발버둥을 친다. 

죄인으로 오해받아야 더욱 편해지고 남들이 비웃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고 그러다보면 점점 더 불행해지는 악순환 속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중략) .... 
인간실격.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132p

줄거리만 따지자면 요조의 삶은 용서받을 수 없고 사회부적응자인 철저하게 배척해야만 하는 인간이지만, 그의 내면을 바라보면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나의 나약함과 연약함을 한데 합친 사람이라서 도저히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다. 아마도 그가 여자들의 환심을 사는 이유는, 모성 본능을 자극해서가 아니라 그의 심중을 꿰뚫어보는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때문에 마지막 마담의 말은 더욱 나를 아프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센스도 있고,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아니, 마셨어도......, 하느님 같이 착한 아이였어."...139p

책 뒤쪽의 단편들은 앞의 <인간실격>에 비해 마음껏 작가의 재량을 뽐낸 듯 보인다.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편에 흐르는 인간들의 나약함은 한결같다. 오히려 <개 이야기> 속 푸치가 그런 인간들을 비웃듯 죽이려해도 살아남아 꿋꿋이 주인을 따른다. 이렇게 여러 작품을 읽다보니 분명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 본인의 이야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으로 이 <인간실격>이야말로 작품 속 요조가 그린 뛰어난 자화상 같은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자신의 혼신을 쏟아부어 악마같은 모습일지라도 자신을 그대로 표현해 낸 그 자체에 뿌듯함을 느꼈던 요조처럼 이 <인간실격>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삶을 마무리지었으리라.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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