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분들 평점은 그리 좋지는 않은가보다. 아마도 호불호가 분명한 소설이 아닐지. 어쩌면 "해답"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한 플롯이 지루할 수도 있겠고 "그래서?"라는 의문이 남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내가 좋은 평가를 내린 이유는, 그 부코스키나 "나"라는 인물이나 모두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 제2회 창비장편소설 수상작이다. 그만큼 실험 정신이 돋보이고 다양한 시도를 한 듯 보인다. 신인이란 타이틀은 바로 그런 시도들이 모이는 것이 아닐까. 소설 속에는 잡코리아나 gs25 같은 브랜드 이름이 직접 등장하고 있어 무척이나 현실적이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이 쫓고 쫓기는 이들의 미스테리한 게임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로 보였을지도. "나"는 현재 백수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취업 준비생. 매일 늦게 일어나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고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짜깁기 한 다음 할 일 없는 하루를 보낸다. 면접에 가서도 열정적이지 않은 대화를 나누고 붙어도 그만, 떨어져도 그만, 이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아마도 "나"는 수없이 많은 면접을 봤고 많은 실패를 경험한 것 같다. 이런 삶에 상당히 오랜 시간 적응이 된 것이다. 변화는 그런 일상 중에 일어났다. 동기생들과의 술자리에서 함께 집으로 온 한 여자 후배. 그리고 제육볶음을 먹으며 우연히 들은 "비만 오면 오디론가 외출한다는 부코스키"에 대한 소문. 시작은 일상의 무료함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나"는 쫓고 쫓기고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동안 그 모든 것이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 삶이란 돌고 도는 쳇바퀴의 한 부분에서 열심히 뛰고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깨달음을 얻는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서 열심히 뛰는 것 뿐. 매일이 똑같다고 불평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후회와 절망 뿐이다. 부코스키가 왜 외출하느냐가 중요할까. 매일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을 해도 돌아오는 답변이 시원치 않은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 사회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부코스키를 따라가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건가?"...77p "과연 준비하고 또 준비하면 손에 쥘 수 있을까."...161P 작가는 부코스키와 나, 나를 쫓는 누군가를 통해... 나와 50대 중반의 남자, 나와 민호와의 만남을 통해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대의 그런 시간조차 그대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그 순간에도. 소설 속 "나"가 [꽃집에서]라는 시에 반응하듯 나도 왠지 그 시에 깊이 감응한다. "해야 할 일이란 그토록 많아" ... 그래, 내가 잠깐 멈춰 서 있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지만... 그 멈춰 있는 시간조차 내게는 도움이 되리라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그 쉼을 자양분삼아 또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