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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로알드 달 지음, 퀀틴 블레이크 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또하나의 로알드달의 재미있고 엉뚱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동화인 줄 알았더니... 뜻밖에도 로알드 달 자신의 자서전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한 것은 아니고 자신의 유년 시절을 담고 있죠. 로알드 달이 생각할 때 자신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이 아마도 이때였을 거라고 여겼나봅니다.
"자서전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쓴 책을 말한다. 대개는 시시콜콜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다. "...본문 중
이 책은 전혀 시시콜콜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죠? 정말 그렇습니다. 시작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이지만 아주 짧습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일곱 살(1923년), 학교를 입학해서 성인이 되기 전,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1923년이라니 아주 까마득합니다. 그런만큼 지금의 분위기와는 아주 다른 것 같아요. 물론 많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간식거리(온갖 사탕, 초콜릿 등)를 못 먹게 하려는 어른들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은 로알드 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아마도 이런 황당한 이야기들이 그의 밑천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또 그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들답게 친구들과 함께 한 온갖 장난들도 그렇겠죠.하지만 다 그러려니~ 하고 어른들이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로알드 달은 교장에게 혹독한 매를 맞았고 그것을 계기로 어머니는 본토(잉글랜드)에 있는 기숙 학교로 보내게 되죠. 본토의 학교는 좀 더 훌륭한 교육을 해줄 거라 믿었던 것 같아요.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를 읽다보면 로알드 달이 엄격한 학교에 얼마나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엄청난 상상력은 이런 것들에 대한 반항은 아니었을까요? 오히려 가족들 사이에서는 모든 것이 용서되고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면 학교에서는 꽁꽁 옭아매고 잡아두려 했으니까 말이죠.
"내가 왜 학교 체벌에 대해 이렇게 민감한지 궁금할 것이다. 답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는 선생님과 상급생들이 제도적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그것도 아주 심한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에 줄곧 괴로웠다. 나는 그 괴로움을 극복할 수 없었다."...188p
"무엇보다 나는 규칙을 싫어했다. 모든 일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예측 불허의 학생, 그게 나였다."...214p
자유분방한 영혼을 가진 아이가 너무나 엄격한 틀 속에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가 눈에 보입니다. 정말 안타깝죠. 하지만 9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자유분방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제됩니다. "체벌"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것들로 인해 아이들은 상처받겠죠.
"발칙하고 유쾌한" 이라는 표현은 반어법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끔찍한 공간에서도 로알드 달은 나름 재미있고 즐겁게 보낸 것 같습니다. 집을 그리워하며 좋아하는 운동에 집중하면서 말이죠. 로알드 달은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나봅니다. 처음에 그가 밝힌대로 보통의 자서전은 지루할텐데 그의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죠. 역시나 로알드 달은 "재미"를 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