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스 -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0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빛난다. 이런 타이틀을 만나면 일단 "읽어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난 아직 교만하고 오만하며 잘난 사람이라고 뽑내고 싶은가보다. 그러다 가끔... 그런 타이틀들이 내 발목을 잡고는 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직 내게는 너무 높은 벽인가보다...하고. <<팅커스>>에 대한 벽은, 끈임없이 떠다니는 사유들... 그래서 따라오는 약간의 지루함과 기승전결의 구성을 떠나 그저 조지의 생각을 따라 진행되는 과거-현재-미래와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인한 복잡성이다. 그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책 띠지 뒷쪽에 새겨진 "섬세한 손길로 살려내는 수수한 삶의 풍요로운 질감!" 이라는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르겠다.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죽기 여드레 전부터 환각에 빠지기 시작했다."...7p

첫 문장은 이 책이 앞으로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지는 죽음을 앞둔 자가 가지는 "잠"과 눈을 떠 맞부딪히게 되는 현실 아닌 "환각" 사이를 오고간다. 그리고 죽기 전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그 누구도 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겠지만...) 과거를 회상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린다. 이런 생각들은 주로 "아버지"에 대한 것들이다. 

크로스비 가문에서 감추어졌던 것들이 있다. 조지의 아버지는 간질이 있었고 아이들에게 밝혀지지 않기를 원했다. 부인은 남편이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절망했고 이런 관계들은 하워드의 좌절로 이어진다.

"해가 바닥이 벗겨진 싸구려 접시를 비춰 - 그럼 나는 땜장이가 돼. 달이 잎 없는 나무 둥지 안에서 알처럼 빛나 - 그럼 나는 시인이 돼. 화장대 위에 정신병원 브로슈어가 있어 - 그럼 나는 미치광이 간질병 환자가 돼. 집이 내 뒤에 있어 - 그럼 나는 도망자가 돼."...154p

조지에서 하워드로 이어진 의식은, 어느새 하워드에서 그의 아버지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크로스비가(家) 3대에 걸쳐 이어진 의식들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아들에서 그의 아들로 이어졌다. 조지는 아마도 죽기 직전에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온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워드가 그의 아버지를 찾아 온 숲을 헤매던 그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섬세한 손길로 살려내는 수수한 삶의 풍요로운 질감!"이라는 문구를 다시 읽어본다. 확실히 <<팅커스>>는 문장이나 묘사들이 무척이나 시적이다. 무한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잘 표현해내고 있고 3대에 걸친 개척민들의 어렵고도 힘들었던 시절을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뇌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읽어내기에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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