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때 한 반에는 잘 듣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보청기를 끼고 있었고 그래도 잘 들리지 않는지 발음도 많이 어눌했어요. 의사소통이 어렵다보니 같은 반이라 아는 체는 했어도 곁에 친한 친구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전혀 우울하거나 주눅들어 있는 친구는 아니었어요. 언제나 밝았죠. 나중에... 1년이 지나고 반이 바뀌었을 때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우리 반에 편지를 보내셨어요. 1년동안 잘 지내줘서 정말 고맙다고. 괜스레 미안해져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반 아이들이 모두 함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난 눈으로 듣고 손으로 말해!>>는 그 친구를 생각나게 했답니다. 그 친구처럼 라나도 난청아거든요. 라나는 이 책을 통해 아주 담담하면서도 즐겁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있어요. 자기 이야기를 해 줄테니 "나"에 대해 잘 알고 친구하자~ 하는 느낌이에요. 라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책을 읽고 게임도 좋아한대요. 비눗방을이 뿅~!하고 터지는 것도 좋아한다네요. 라나 또래의 모든 아이들과 똑같죠. "귀가 잘 안 들린다고 해서 재미있게 놀지 못하거나 해야 하는 일을 안 해도 되는 건 아니야. 나도 너처럼 친구들과 뛰어노는 걸 좋아하고, 나도 너처럼 지켜야 할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늘 노력한다고. 내가 못하는 건 딱 한 가지, 듣는 것뿐이야! 난 못하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어! 하하하."...10p 정말 재미있고 당찬 아이죠? 라나는 농아와 난청아의 차이도 알려줘요. 또 자신에게 보청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 귀를 대신해서 어떤 기구나 기계들을 사용하는지. 의사소통을 위해 어떤 것들을 배우는지 등도 알려주죠. "수화"를 배워보신 적이 있나요? 지은양은 어느 날 TV를 보다가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사람을 보았어요. 이후 수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배우고 싶다고 며칠을 졸라댔답니다. 집 주위에는 아이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곳들이 없더라구요. 해서 도서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제가 등록하고 수화를 배워 간단한 것들을 아이에게 알려주었답니다. 수화 수업은 몇 개월이나 계속되었고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한 글자 한 단어에 해당되는 것들을 모두 외워야 했고, 표현하기에 따라 융통성도 발휘되고 표정으로도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연기력도 필요했거든요. 저야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배우는 것이어서 절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수화를 꼭 배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힘든 작업일까요? 라나는 정말 긍정적인 아이인 것 같습니다. 들리지 않아도 자신을 도와주는 것들이 많으니 감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자신의 위치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멋진 어른이 되고 싶대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라나는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꿈이 많습니다. 라나도 그냥 보통 아이이기 때문이죠.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눈이 보이지 않거나 말을 할 수 없다고 아이들과 다르게 보아서는 안 되겠죠?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네가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면, 난 눈으로 듣고 손으로 말하면 되니까."...50p 라나의 이야기를 들으니 라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