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계속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건... 인간의 본성을 믿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뼛속에서부터 나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계속되는 이들의 만행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계속해서 책을 들지 못했다. 어찌보면 그렇게 두꺼운 책도 아니고 흡인력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터이니 그리 어렵지 않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무서웠다. 내가 원하는 결말(권선징악이랄까...)이 나오지 않을까봐. 

앞의 몇십 페이지를 읽다가... 결국 맨 뒷장의 몇 문장을 읽어버렸다. ㅠㅠ 그리 좋은 결말이 아닌 것 같다. 잠깐 망설였다. 계속 읽어야하나...말아야하나. 정말로... 한 번 잡은 책은 끝까지 간다!라는 나의 신념이 아니었다면... 이 책, 진작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마에다가 가즈나리의 요청으로 조금씩 유키호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중간... 역시나 그도 한 사건으로 처리된다. 다시 1편의 사사가키가 등장. 사건들은 여전히 미궁 속에서 일어나고(하지만 이제 독자는 이 사건들이 누구의 짓인지 알 수 있다.) 이마에다에 이어 사사가키는 이들의 정체를 거의 벗겨내려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동기가 있었다. 그냥 막연히 범인이 누구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그 동기가 밝혀지고나서 조금은 범인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다르다. 그러므로... 어쩌면 유키호조차 이유는 있었다. 그렇다해도 12살의 나이에 그렇게까지 영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사람에 따라서는 태양이 가득한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또 계속 어두운 밤을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도 있어. 사람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하면, 그때까지 떠 있던 태양이 져버리는 것이야. 자신에게 쏟아지던 빛이 사라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지."...268p

비록 이유가 있다고 해도 너무나 처참하게 짓밟힌 기억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도 다른 이들의 인생같은 건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용서받을 수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왜 이렇게까지 어두운 이야기를 보여준 것일까. 삶이란 이런 면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망이나 빛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인간 아닐까. 좋은 것만 보고 살 수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그 빛에 의지해 살면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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