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의 특별한 여름 - 국제독서협회 아동 청소년상, 뉴베리 영예상
재클린 켈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열두 살이란, 세상에 호기심을 보이고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하물며 100년도 더 전인 1889년에는 어땠을까. 아직도 어린아이이지만 동시에 조만간 사교계에 진출하거나 미래를 위해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해야 하는 나이였다. 남자 아이들이라면 좀 다르지만 한 가정의 전반적인 가정 일을 책임져야 하는 여자 아이들에겐 "자신만의 미래"를 생각할 만한 여유도 없었으리라. 

<<열두 살의 특별한 여름>>은 그 시대, 보통의 여자 아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캘퍼니아의 특별하고 획기적이었던 여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자수나 바느질 등의 과목보다는 밖의 강에서 들판에서 다른 동물들을 지켜보는 것이 더 좋은 켈리는 집안에서 특별 취급을 당하며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할아버지와 친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할아버지로 인해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 조금 더 과학적인 관찰 방법, 수많은 곳에서 어울려 생태계를 이루는 많은 존재들에 대해 알게 된다. 이렇게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과학적인 시간이 많아질수록 켈퍼니아는 자신이 처한 "여자 아이"라는 상황이 점점 더 갑갑해지고 참을 수가 없게 된다. 

지금도 여자 아이는 이래야 하고, 남자 아이는 저래야 한다는 암묵적인 행동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대로 머물러 있거나 그것을 박차고 나아가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배경 상황 때문에 캘리가 얼마나 자신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답답히 여겼을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캘리는 아직 어른이 아니므로 연애를 하려는 오빠를 방해하기도 하고, 감정대로 처신했다 따라오는 괴로운 벌도 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실수들 위에 차곡차곡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또한 어떻게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잘 아는 똑똑한 아가씨이기도 하다. 애벌레 고치를 보고 삶과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받은 벌로 이해가 안된다는 엄마에게 남자아이들과 차별하지 말아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자신감이 얼마나 기특해 보이던지!

"여자들은 돈을 벌 수 없어. 투표도 못하는 걸. 돈을 안 벌어. 집에만 있지."...239p

당시의 시대상을 잘 말해주는 문장이다. 그럼에도 시대는 시시각각 발전하고 있었다. 마을에 전화가 들어오고 따라서 전화선을 연결하는 돈 버는 아가씨가 생겨난다. 세상에는 캘리처럼 남들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여성 과학자가 몇 명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까. 

"오늘의 교훈은 이거다. 안전하게 정착하는 것보다는 마음에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편이 더 낫다."...278p

캘리에게 할아버지는 영원한 지지자였다. 그러므로 캘리는 당시의 수많은 여자 아이들보다 훨씬 나은 환경 속에 속했던 거다. 편안한 현재에 머무르며 다른 사람들(부모라든가)이 원하는 삶을 인정하고 살아야할지,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야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캘리에겐 아직 힘든 선택이다. 하지만 아마도 캘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갔으리라 믿는다. 

세기말은 언제나 불안하다. 특히 인종차별도 성차별도 심했던 19세기 말은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19세기의 시대상을 잘 알 수 있는 청소년 작품들(명작이라고 불리는...)을 몇몇 읽어봤는데 이번 작품은 특별했다. 작가가 그 시절을 살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이토록 그 시대를 잘 표현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다소 왜곡한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시대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려는 "여자 아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